(시론)행복한 드루킹과 불편한 허익범
2018-08-27 06:00:00 2018-08-27 06:00:00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굶고, 쓰러지고, 얻어맞아 가면서 가까스로 얻어낸 ‘드루킹 특검’ 수사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 도두형 변호사 등 12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수사 기간 내내 드루킹의 입에만 의존한 채 이리 저리 끌려 다니다가 빈손으로 끝났다는 비판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만 안타까운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아마, 그런 의미에서 허익범 특검은 이랬다 저랬다 말바꾸기를 서슴지 않으며 특검을 난감하게 만든 드루킹 김동원이 적잖이 원망스럽고 현 상황이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드루킹 김동원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다. 댓글조작이 세상에 알려지고 포털 검색어 상위에 드루킹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일부 경공모 회원들은 “김씨(드루킹) 덕에 우리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며 반겼다고 한다. 유명세를 얻을 수만 있다면 세간의 손가락질 받는 것쯤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 포장하여 남 앞에 드러내기를 좋아했던 정치 브로커 김동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곧 기사화 되고, 87명의 특검수사단이 갈팡질팡하며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김 지사가 곤란해 하는 그 상황이, 대한민국 전체가 몇 개월 내내 들썩들썩한 이 상황이 오히려 흥분되고 재미있었을 것이다.
 
댓글 수사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별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어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었기에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는 것 자체는 그에게 그리 큰 타격이 아니었을 것이다. 차라리 밋밋하고 단조로웠을 그 과정에 특검 수사가 덧붙여지면서 대한민국 전체에 자신의 이름이 울려 퍼지고, 야당과 여당이 ‘아전인수’격의 정치 공세를 하면서 자신의 입만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 짜릿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의 성폭행 및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를 보자. 검찰에 따르면, 그는 아내가 노래방에 갔다가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성매매 한 것 아니냐"며 주먹과 발로 구타하고, 침대에 눕힌 채 양손으로 목을 졸랐다. 이어 아령을 들고 때리려고 위협을 하는 등 폭행을 가하여 아내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전치 4주의 부상을 입게 된다. 항거불능의 아내에게 유사강간 행위를 했다. “집에서 이모할머니 간병을 할지도 모른다"고 아내가 말하자 "상의도 안 하고 사람을 집에 들인다"며 파리채와 호신용 곤봉으로 아내를 때려 허벅지 부상을 입혔다. 아직 나이 어린 딸까지 때리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했다.
 
이런 중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드루킹 김동원은 재판부가 직업, 주소 등을 묻자 자신의 직업을 ‘강사’라고 밝히고, 검찰이 성폭행 및 아동복지법위반 혐의의 공소사실을 읽어 내려가자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운세나 운명을 중요하게 여기던 그가 재판을 대하는 태도이다.
 
일반인의 상식에서 보자면 상당히 치명적인 혐의의 재판일진데,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7월 중순에 서울 구치소에서 그를 접견하고 왔던 변호사에 따르면, 드루킹은 “운명학적으로 볼 때 1심 선고를 7월에 한다면 그다지 나쁜 결과는 아닐 것이다. 원래 이럴 운명이었기에 담담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특검은 수사기간 동안 전남 여수에 살고 있는 점성술사 김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었다고 한다. 김씨는 동양의 점성술인 ‘자미두수’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드루킹 김동원의 파주 느릅나무 사무실(일명 ‘산채’)에서 중국 점성술인 ‘자미두수’와 조선시대 예언서인 ‘송하비결’ 등이 대량 발견되기도 했고, 드루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미두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와 드루킹에 대한 검, 경의 수사가 부실하다며 의욕을 불태우던 특검은 수사 초기, 참고인이었던 김 지사와 두 명의 변호사들을 피의자로 지목하고, 돈의 흐름에 집중하며 노회찬 의원을 뇌물 수수 혐의로 정조준하며 순항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김 지사와 드루킹 사이의 금전관계나, 드루킹의 운영자금 출처 등은 밝히지도 못한 채 노 의원의 죽음과 두 번의 영장 기각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고 말았다.
 
‘행복한 드루킹과 불편한 허익범’, 그리고 애매한 김 지사. 이번 특검에서 최후에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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