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웃집 아저씨'로 은행장들 만난 윤석헌
2018-07-24 19:09:49 2018-07-25 08:45:48
 "호랑이가 아니라 이웃집 아저씨 같더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첫 상견례를 가진 은행장들의 총평은 한 참석자의 이같은 표현으로 압축된다. 지난 23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윤 원장과 은행장의 간담회는 연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최근까지도 '강성', '호랑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으며 엄한 감독당국 수장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과 달리, 상견례는 예상 밖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편안한 자리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건배사를 크게 외치고 잔을 부딪히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간담회장 바깥까지 전달될 정도였다.
 
특히 윤 원장은 소탈한 모습으로 다가가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위한 은행권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들과의 전쟁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사 편집에 의해 부각된 멘트'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반적으로 그간의 '강성' 이미지에서 탈피해 행장들과의 벽을 허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취임 두 달만인 이달 초 윤 원장이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에는 노동이사제 재논의, 종합검사 부활 등 금융권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일만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더군다나 은행권의 경우 대출금리 부당부과 논란으로 금감원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업권이라, 윤 원장의 입에서 쓴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물론 은행권에 해야 할 주문을 아예 함구한 것은 아니다. "쓸모 있는 금융이 돼야 한다"는 말로 순화해 표현했지만, 자금중개기능 활성화, 서민금융, 취약계층 지원 등 정부의 정책방향에 적극적으로 협력해달라는 요구를 에둘러 전했다. 지배구조 개선, 핵심 평가지표(KPI) 평가체계 등 은행권 경영진 입장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사안들도 언급했다.
 
다만 강도 높은 작심발언을 하기보다는 일단 권위를 벗고 낮은 자세로 업계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감독당국 수장과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첫 상견례는 '쓴소리'보다 '화합'에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원장의 취임을 두고 "재벌과 관료들이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고 빗댄 것이 마냥 흰소리는 아닐 것이다. 첫 은행장들과 만남에서 자세를 낮춘 윤 원장이 산적한 감독 과제를 현명하게 풀어갈 것을 기대해본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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