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손재현 라온파마 대표는 국내 전통 제약사 가운데 하나인 코오롱제약의 '잘 나가는' 영업사원이자 유명 블로거였다. 양천구를 거점으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던 영업력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시작한 일기 형식의 블로그는 본명보다 '한별'이라는 필명이 더 유명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제약영업계에서 오랜 시간 화제의 인물이었던 손 대표가 한별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전·현직 제약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들을 모아 신규 의약품종합도매업체 '라온파마'를 설립한 것이다. 제약사도 의약품 유통업도 아닌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제약업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손 대표를 최근 만나 라온파마 설립과 향후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재현 라온파마 대표는 '의약품종합도매'라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업모델 제시를 통해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정기종 기자
라온파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라온파마는 GMP(의약품 제조나 품질관리에 관한 규칙)제조시설이 없다. 때문에 제약사로 허가를 낼 순 없고 도매업체로 개설됐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약품 유통업이 라온파마가 가려는 길은 아니다. 라온파마는 가장 일반적인 (딜리버리)유통도매나 기존 제약사의 제품들을 떼어와 마진을 챙기는 시스템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의약품종합도매업체다. 쉽게 말해 의약품 허가와 생산을 기존 제약사에 의뢰하고 상품화 되면 판권을 사와 온전히 라온파마가 운영하는 식이다. 때문에 제품 판매도 직접하고, 이름도 우리가 짓는다. 제조시설만 없을 뿐 다른 제약사들과 대부분의 시스템이 같은 형태라고 보면 된다.
기존 제약사를 통해 허가와 생산을 하고 판권을 산다. 제조시설을 구축하지 않고도 제약사 운영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기존 제약사들이 쉽게 응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맞다. 그래서 일일이 발품을 팔아 제약사들과 미팅을 하고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제약사들과 접촉해야했다. 흔히 제약영업사원들이 농담처럼 '회사 그만 두면 도매상이나 해야지'라곤 하는데 막상 해보려니 막막했다. 나 역시 제역영업만 12년 정도를 했지만 도매 구조를 정확히 모르니 접근부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라온파마가 지향하는 사업특성상 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찾아야했다. 그렇다 보니 내용을 구축하는 데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현재는 4개의 국내 제약사와 제휴를 맺은 상태고, 11개 제품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사실 6개월이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기간이다. 비결이 있다면.
준비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길게 느껴지긴 했지만 업계에서 이 정도 준비기간이면 굉장히 빠른 편이긴 하다. 올해 초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나서면서 설립 이후 제품 허가 및 약가 책정, 생산 준비에 소요되는 6개월까지 감안해 6개월 안에 회사를 설립,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 있었다. 다수의 제약사를 만나며 '영업이 편한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 준비 과정에서 과거 블로그를 운영하며 쌓아온 인맥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제약사 관계자부터 공장장, 개발팀 등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순조롭게 설립에 이를 수 있었다. 사명 역시 블로그를 통해 공모를 받아 채택했다.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던 블로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블로거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라온파마를 설립하면서 블로그 활동 당시 쌓은 인맥들의 도움을 받다 보니 블로그 시작 단계부터 사업 준비 차원으로 블로그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코오롱제약에 입사해 약 9년간 서울 양천구에서 로컬 영업을 하면서 실적이 손에 꼽히는 수준에 올라섰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다보니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2014년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가 영업사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방문자가 하루 3000명에 달하는 인기 블로그가 됐고 관련 책도 쓰다보니 필명이던 '한별'이 유명해졌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블로그가 유명해지면서 제약영업사원들 사이에 블로그 운영 붐이 불기도 했는데 최근 라온파마 설립 소식과 함께 사업구조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개인적으로는 블로그처럼 제2, 제3의 라온파마가 나올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일단 회사는 설립됐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앞서 말한 4개 제약사와 계약한 11개 품목들이 허가 및 약가 책정, 생산까지 완료되는 시점이 오는 12월 중순이다. 내년 1월이면 정식으로 판매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11개 품목을 결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진해제와 거담제, 상생제, 항히스타민, 항진균제, 소화제, 스테로이드 등 7개군을 선택했다. 시장 조사결과 매출액도 크고 복제약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된 품목들이다. 맨파워가 아무리 강해도 제품군 포트폴리오가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소용없는데 잘 짜여졌다고 생각한다. 전·현직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영업사원들이 모여서 설립한 회사인 만큼 로컬 개인병원들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생각이다.
기존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홈페이지 구축은 물론 제품 설명서, 포장, 디자인 등도 직접 참여해 전문성을 갖추려고 노력 중이다. 제품 경쟁력을 입증한 학술 자료도 준비 중이다. 비록 도매로 개설했지만 시스템만은 제약사와 동일한 수준을 갖추고자 한다. 초반부터 투자를 통해 규모를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 같은 차별점은 분명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장기적 목표가 있다면.
중장기적으론 GMP 제조시설을 갖춘 정식 제약사로 발돋움하는 게 목표다. 단기적으로 내년 연매출 목표를 30억원으로 잡았다. 현재 제품 포트폴리오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2020년 60억원, 이듬해 100억원 돌파가 목표다. 해당 시점이 되면 GMP 시설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라온파마가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면 이 모델 자체를 키워 매각하는 방법 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한번 더 도전적으로 정식 제약사로 탈바꿈해 제약바이오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되면 일반 의약품 유통도매 사업 등 추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업폭도 넓어진다.
사업 외적인 측면에선 현재 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지난 2014년 7월부터 제약영업사원을 꿈꾸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59회에 걸쳐 특강을 진행했다. 1500여명이 다녀간 해당 강의를 진행하면서 대관을 위해 부득이하게 소정의 회비를 걷곤 했는데 사업이 정식으로 출범하면 CEO특강을 통해 무료로 강의를 제공하고 싶다. 사내 영업사원들과 취준생들을 만나게 해주는 프로그램 등도 구상 중이다. 라온파마의 경우 당장은 경력위주 채용이 불가피하지만 향후 신입사원 채용도 많이 늘려 제약영업에 뜻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사명으로 사용된 '라온'은 순 우리말로 '즐거운'이라는 뜻이다. 사명처럼 즐거움이 경영 이념에 들어있다. 의약품을 사용하는 환우는 물론, 처방을 위해 의약품을 구입하는 고객인 의사와 병원, 그리고 일하는 직원들까지 모두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손 대표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제약영업사원을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해왔다.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사진/손재현 대표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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