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완성핵을 비롯해 고도화한 핵개발 기술 포기로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959년 소련과 체결한 ‘조-소 원자력 협정’을 시작으로 영변 원자력연구소 설립·실험용원자로 도입 등을 거쳐 핵능력을 키웠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지난해 작성한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주요활동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1984년부터 지난해 9월3일까지 총 119회의 핵·미사일 활동을 진행했다. 홍 실장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집권시기 별로 보면 각각 8회, 28회, 83회”라며 “김일성, 김정일 시기 25년 간 진행된 핵·미사일 활동(36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83회의 활동이 김정은 집권 시기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6년부터 준·중거리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실험 등으로 활동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도 고도화됐다. 북한은 지난해 9월4일 핵무기연구소 명의 성명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완전 성공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김 위원장은 “대화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월5일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비핵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018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는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며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방침은 지난 달 20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노동당 중앙위는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쇄할 것”이라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핵·경제 병진노선 종료로 요약되는 전략노선 전환 흐름 속에서 이뤄지는 조치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가 판문점 선언 이행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미 행정부와 우리 정부에 대해 ‘당신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는 차원의 움직임이다.
북한이 아무런 보상 없이 핵·미사일 유예에 이어 핵실험장 폐기 등을 선제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이후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얼마 전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을 결속하고 경제에 올인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밝힌 이상 5개년 전략 3년 차인 2018년이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며 “제5차 경제전략을 마치는 2021년에 제8차 당대회를 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마냥 보상조치를 기다릴 수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풍계리 폐기조치를 비핵화 첫걸음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비핵화와 관련된 첫 번째 조치”라면서 “이번 조치가 추후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2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들(북한)이 지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내달 12일 있을 북미 정상회담이 중대 분수령이다.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와 경제지원·체제보장, 미국이 강조하는 북핵문제 일괄타결 사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민간위성회사 디지털 글로브가 지난 7일 촬영해 16일 공개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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