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남양유업이 5년 전 '대리점 갑질'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경쟁사 대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외부 수장 영입과 책임경영 강화 등 분위기 쇄신 노력에 안간힘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위기에 빠진 남양유업의 새 수장으로 영입된 이정인 대표는 경영현안을 파악하고 위기 돌파를 위한 경영채비에 나섰다. 남양유업 창사 이래 첫 외부인사인 그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1987년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감사본부 파트너, 기업 리스크자문 본부장 및 위험관리 본부장을 지냈다.
업계 안팎에선 그가 기업경영컨설팅과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향후 남양유업 실적 개선과 더불어 갑질 이미지로 훼손된 남양유업의 쇄신을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했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변화를 넘어 상생 기반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최고의 종합식품기업이 되도록 대내적으로는 수익성 기반 책임경영 시스템을 구현하고 대외적으로는 판매 협력조직과 상생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을 바라보는 소비자 여론을 되돌리고자 '상생'에 방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그 앞에 과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남양유업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0억8000만원으로 전년도 418억8200만원 대비 약 8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65억3700만원으로 약 82%로 급감했다. 매출액도 줄긴 마찬가지다(5.8% 감소, 1조166억9700만원).
실적 부진 원인으로 저출산에 따른 판매 감소와 사드 악재로 인한 중국 수출 부진 등을 꼽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2013년 대리점 갑질로 촉발된 기업 이미지 추락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경쟁사 매일유업이 동일한 영업환경 속에서 꾸준한 실적을 내며 선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엔 회사의 실적 악화에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두둑한 급여와 배당을 챙기며 사회적 눈총을 사기도 했다. 기업이미지 개선을 기치로 건 와중이라 비판의 시선이 따갑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해 상여금 없이 급여로 16억 원을 지급받았다. 전년 19억원에 비해 13.9% 줄어들긴 했지만 회사의 악화된 실적규모를 감안하면 고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2017년 결산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받은 배당금이 4억여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없지만 회사가 부진한 실적의 늪에 빠졌는데도 오너가 높은 급여와 배당을 챙겼다는 건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며 "과거 갑질 논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대표가 해결할 과제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정인 대표(왼쪽)와 남양유업 사옥. 사진/남양유업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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