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하는 국내 주요 은행장들이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각 은행마다 해외진출을 주요 경영과제로 삼은 상황에서 정부 정책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출장을 통해 필리핀에 영업망을 보유한 은행장들은 현지 영업점을 둘러보고 현지 은행 지분 인수 등의 경영현황도 점검할 예정이다. 반면 아직 필리핀 현지에 진출하지 못한 은행장들은 정부 고위 인사들과 만나거나 인근 국가의 영업망을 둘러보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KEB하나·농협·기업 등 국내 주요 은행장들은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제51회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이 중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총회 공식 일정을 마친 뒤 현지에 있는 영업점을 방문해 경영현황 등을 살펴본 뒤 귀국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은 모두 필리핀 마닐라에 지점을 설치하고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위성호 행장이 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현지에 있는 지점을 돌아보고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은행장들의 필리핀 방문 목적은 ADB 연차총회이지만 이와 별도로 어떤 성과물을 들고 귀국할 수 있을지도 은행권의 관심사다. 현재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기업은행은 필리핀 현지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신한은행의 필리핀 현지 은행 인수 과정이다. 신한은행은 작년 8월 필리핀 현지 은행인 이스트웨스트(EASTWEST)은행 지분 20%를 매입하는 본입찰에 참여했으나 협상이 현재까지도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위 행장이 이스트웨스트은행 인수 과정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트웨스트은행은 현지 13위권 은행으로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국민은행도 예비입찰에 참여해 경쟁구도가 형성됐으나 이후 진행된 본입찰에는 신한은행만 참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매각가 산정을 비롯해 사외이사 선임, 경영 참여 등 '경영 프리미엄'이 신한은행의 예상보다 적어 답보 상태에 놓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한은행과 이스트웨스트은행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 단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한지주(055550)(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측은 협상이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결렬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이스트웨스트은행 지분 인수를 위해 무리한 금액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트웨스트은행 인수 본입찰에 나서지 않은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 매물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필리핀은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매력적인 매물이 항상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말 취임 후 첫 동남아 지역 출장길에 오른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현지 영업망이 없는 필리핀 대신 영업망을 보유한 베트남과 미얀마 등 인근 국가를 방문해 영업현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허인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사진/각사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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