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불법 여론조작 등을 지시한 혐의로 고발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맡는다. 서울중앙지검은 참여연대가 조 전 청장 등을 상대로 고발한 사건을 경찰청에 수사 지휘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최근 국회의원이 공개한 경찰 내부 문건, 경찰청 보안국 자체 조사 결과, 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TF 조사 결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에 걸쳐 경찰청 보안국 중심으로 보수단체를 동원해 댓글을 다는 등 온라인상 정부비판 게시물 관련 여론을 조작하고, 정부 정책 비판 게시자를 종북 사이버 세력으로 규정해 내·수사 등 사법 처리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조 전 청장과 당시 보안국장인 김 전 청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보안사이버요원이나 보안요원이 포털에 실명이나 차명으로 가입한 복수의 아이디로 게시물과 댓글을 작성하고, 보수단체를 비밀리에 동원해 게시물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경찰청 보안국의 정당한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며 "실질은 안보와 관련된 것이 아니고 정부와 정책에 대한 비판 게시물에 대응해 인터넷 여론을 정권과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왜곡하고, 비판 의견을 제시하는 시민의 게시물을 차단·삭제하거나 수사를 진행해 감시하고 위축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법 제4조에서는 '국가경찰은 그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피고발인들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해 정부와 특정 정치적 세력을 옹호하고, 이에 비판하거나 반대되는 주장이나 세력을 억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에 반대되는 표현물을 차단·삭제하거나 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공개한 2011년 4월18일자 '안보 관련 인터넷상 왜곡 정보 대응 방안'이란 문건에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인터넷 이슈가 발생하면 왜곡된 정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안에 따른 단계별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건을 보면 '1단계 보안사이버수사요원(88명) 동원, 2단계 전 지방청·경찰서 보안요원(1860명) 동원, 3단계 인터넷 포털 보수단체 회원(7만7917명) 동원' 등의 방안이 수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함께 공개한 2011년 10월11일자 '사이버 보안활동 종합분석 및 대책'이란 문건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미군 철수 주장, 정부 정책 비판 게시물까지도 북한 주장과의 유사성을 이유로 '종북 사이버 세력'으로 규정하고, 게시물 작성자 등 지속 관찰, 내·수사, 방송통신위원회에 차단·삭제 요구 등이 이뤄진 내용이 적혔다. 같은 날 경찰청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2월15일부터 2012년 10월 5일까지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 국방부 군 사이버사령부가 관리하던 이른바 '블랙펜' 자료를 전달받아 내·수사와 통신자료 제공 요청 등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015년 8월3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조 전 청장은 인사청탁 명목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지만, 그는 취재진에게 "전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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