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김영삼·노무현도 실패한 행정수도 이전, 이번엔?
2018-03-21 15:23:14 2018-03-21 15:23:14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헌법 개정안에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행정수도 이전의 길을 열었다. 박정희·김영삼·노무현정부 등 역대 정권에서 실패한 행정수도 이전이 현실화할 지 관심이 쏠린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지방분권, 총강, 경제 부분 헌법개정안’을 발표하고 “국가기능 분산이나 정부부처 등의 재배치 필요도 있고, 나아가 수도 이전의 필요도 대두될 수 있다”며 ‘수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수도 조항을 넣을 때 (청와대 내에서) 수도 이전도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조 수석이 “없었다”고 답했지만 여지는 남긴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세종시를 진정한 행정중심도시로 완성시켜 행정수도 꿈을 키워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개헌안 내 수도조항은 헌법 총강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헌법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뒤에 관련 내용이 삽입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이전 추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집무실을 정리하러 들어간 수석비서관들은 책상에 있던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 ‘2000년대 국토구상’ 보고서를 발견했다. 극비리에 작성됐던 보고서에는 효율적인 국토 활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충청남도 조치원·공주 지역에 행정수도를 건설하고 향후 올림픽을 개최하는 방안까지 서술됐다. 김영삼 대통령도 재임 시기 “11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전으로 이전해 대전을 제2의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후 노무현정부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일환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억제와 낙후된 지역 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하고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가겠다고 밝혔다. 2003년 12월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이 가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04년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행정수도 건설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헌재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임은 600년 간 이어져온 불문의 ‘관습헌법’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헌법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특별법 제정은 개헌절차를 명시한 헌법 제130조 위반이며,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재의 판결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수도의 기준으로 제시한 국회와 청와대는 정식 개헌절차 없이는 옮길 수 없는 기관이 됐다.
 
이에 따라 노무현정부는 청와대와 국회를 제외한 일부 행정부처만 이전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2005년 5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 제정·공포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이름은 ‘세종시’로 명명됐으며 2012년 7월1일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다.
 
하늘에서 본 세종시 전경.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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