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호주의, 해운업계로 확산
인도네시아, 자국 화물 수출에 자국 선박만 이용토록 강제
2018-03-15 15:41:01 2018-03-15 15:50:02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자국 산업을 지키고, 육성하기 위한 보호주의가 해운업계로 번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출산업에 자국 선사 이용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제정하면서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러시아도 관련 규정 마련에 나섰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음달 26일부터 자국의 원유와 팜유(CPO), 석탄 등을 수출할 때 인도네시아 선박을 사용해야 하는 규정을 발효한다. 지난해 10월 말 인도네시아 무역부는 이 같은 내용의 규정을 제정했다. 여기에 화물 보험도 인도네시아 보험사를 이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외적으로 자국 선사들의 수송 능력이 부족할 경우에만 외국 선사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예외 조항의 기준과 절차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북극해 항로에서 탄화수소화물을 실을 수 있는 선박을 자국 선박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정을 제정할 움직임이다.
 
항만에 화물이 적재돼 있다. 사진/뉴시스
 
일반적으로 보호주의는 자국의 제조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거래에 적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탁기와 태양광, 철강 등 제조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가드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적용한 것과 같다. 반면 해운업이나 항공업 등 운송산업에서 보호주의는 초기에 관련 산업 육성을 제외하곤 유지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967년부터 해운산업 육성을 위해 '화물유보제도'를 도입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외국선이 아닌 국적선을 이용토록 제한했었다. 그러나 국적 선사들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지난 1995년 이 제도는 폐지됐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에서도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국적 선사들의 적취율(국내 화주가 국내 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유무역의 기본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13일 해양수산부와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선주협회 등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무역·상공·해운 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수출입 화물의 국적선 수송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한진해운 파산 후 국적 선사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국내 화주들도 외국 선사들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현 30% 수준의 적취율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철광석 등 전략물자의 적취율은 10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무역전쟁을 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해운산업의 보호주의는 한국과 같은 수출입 의존도가 큰 국가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와 같이 강제성을 갖는 경우 수입 국가에서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석탄을 2번째로 많이 수입하고 있는 일본은 지난달 국제해운회의소(ICS)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해운업계에 대한 보호주의에 대해 글로벌 선사들과 화주들의 반발이 있는 상황"이라며 "주요 자원을 수입하는 한국은 해운산업의 보호주의가 확산할 경우 국적 선사보다 비싼 비용을 내고 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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