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검찰이 현직 판사 신분으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 명목으로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7일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심리로 열린 김 부장판사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공정하고 청명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할 피고인은 직무 관련해 뇌물을 수수하고 재판을 통해 청탁과 알선, 거액을 수수하며 법조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수사 과정에서 다른 피고인과 진술을 맞추고 범행을 축소하려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해 원심과 같이 구형한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 변호인은 "피고인은 25년간 법관으로서 묵묵히 외길을 걷다가 한순간의 어리석은 처신 때문에 나락으로 추락했다. 형이 확정되면 파면 처분을 받게 돼 법원 조직에서 영구히 제명된다"며 "파렴치한 법관으로 낙인찍혀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고 사회적 인간관계에서도 고립과 단절, 소외를 피할 수 없다. 가족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김 부장판사는 최후 진술에서 "법관으로 일하면서 항상 만족하고 행복하게 지냈다. 저도 법관이기 이전에 불완전한 인간이고 한순간 어리석은 판단으로 나락으로 떨어졌고 진심으로 참회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가족 옆으로 가려고 한다. 다시 한번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법원 가족들에게 용서를 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2월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상품인 '수딩젤'을 모방한 가짜상품 제조·유통업자를 엄하게 처벌해 달라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무상으로 받은 등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1억5600만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로부터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1심은 김 부장판사에 대해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7년에 추징금 1억3100여만원과 벌금 2억원, 차량 몰수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피고인이 담당할 가짜 수딩젤 사건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에 청탁을 알선해 달라는 대가로 봐야 한다"며 알선수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에 차량 몰수와 추징금 1억26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김 부장판사가 네이처리퍼블릭 부사장 박모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것을 김 부장판사의 직무인 가짜 수딩젤 사건과 관련된 뇌물로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한 채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은 23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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