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오히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과장급 이상의 임금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29일
현대차(005380) 2017년 연간 경영실적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판매관리비(판관비)는 13조30억원으로 전년(12조4960억원)보다 4.1% 늘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도 2016년보다 4.5% 증가한 3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시트시험실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특히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경상연구비는 전년보다 오히려 2% 증가한 1조390억원이 지출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1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로봇·인공지능(AI), 스마트카 등 5대 신사업에 5년 동안 23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히는 등 힘들어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상연구비가 특별한 연구개발비를 제외한 비용을 말하는 만큼 기술개발 가능성 차체를 키우려는 전략”이라며 “이를 통해 코나 전기차 등 다양한 신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판관비 항목 중 유일하게 급여 부문만이 지출이 감소했다. 급여비용은 2016년인 2조7330억원에서 지난해 2조7010억원으로 1.2% 줄었다. 이처럼 급여비용이 줄어든 이유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해 전체 계열사 임원들의 임금을 10% 삭감하고 과장, 연구직 책임연구위원 이상 간부급 직원의 임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판매량과 영업이익률 등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비용 절감 노력은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금융위기나 실적 악화 상황이 발생하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해왔다.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과장급 이상 직원의 임금이 동결된 것은 2006년과 2009년, 지난해까지 세 차례다.
이처럼 현대차가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최근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내부 혁신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투자를 늘리고 인건비 조정을 통해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지만 특히 R&D에 투자하는 금액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해 신기술과 신차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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