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지시를 받고 청와대에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전달하도록 도운 남 전 원장 최측근이 상급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급자인 남 전 원장 몫을 나눠쓰자고 한 것에 대해 당시 기분이 나빴다고 증언했다.
남 전 원장의 특별보좌관이었던 오모씨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열린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들의 국정원 특활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씨는 검찰이 "남 전 원장이 언제 특활비를 청와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느냐"고 묻자 "지난 2013년 5월쯤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보내달라고 지시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전화가 왔다고 남 전 원장이 저한테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당시 남 전 원장은 '아무리 나쁜 놈들이라고 해도 박 전 대통령을 속이고 나를 농락하려고 전화한 것은 아니겠지'라고 말했다"며 "당시 말을 하는 남 전 원장은 (특활비를 건네는 것이) 내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쁜 놈'이라는 표현을 썼다. 저는 남 전 원장 말을 듣고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에 배정된 특활비를 보내라고 하는 것이 적절치 않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검찰 측이 "증인은 국정원 특활비가 몇 차례 청와대에 건네진 뒤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기분이 나빴던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저도 예비역 대령으로서 군인 시절 상급자일 때 하급자의 운영비를 쓴 적이 있다. 남 전 원장의 경우 상급자가 하급자 운영비 쓰는 관행을 바로 잡은 적도 있었다"며 "처음에는 국가적으로 쓸 때가 있다고 생각해 요구한다고 생각했지만 (특활비 지급이) 주기적이게 되자 상급자인 대통령이 하급자인 국정원장에게 할당된 특활비를 나눠쓰자고 한 것으로 인식해 기분이 나빴다"고 밝혔다.
오씨는 "당시 남 전 원장이 안 전 비서관, 이 전 비서관, 정 전 비서관 중 한 명을 특정해 전화가 왔었다고 제게 말했는데 당시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지금 와서 추측해보니 안 전 비서관일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자신이 남 전 원장 옆에 있을 때 몇 차례 안 전 비서관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남 전 원장과 박 전 대통령 전화 연결해준 것을 목격했다는 취지다. 남 전 원장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안 전 비서관의 연락을 받았다고 증언했었다.
이후 오씨는 "남 전 원장이 저한테 박모 전 비서실장을 보낼 테니 준비된 것을 주라고 지시했고 처음에 내용물이 돈이라고 밝히면 창피하다고 생각해 박 전 실장에게 내용물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건네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린 세 비서관은 처음으로 나란히 같은 법정에 섰다. 앞서 국정원 특활비 관련해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이 재판을 받았는데 추가 기소된 안 전 비서관과 정 전 비서관의 재판도 같은 재판부에 배당되면서 사건이 병합됐다.
추가 기소된 안 전 비서관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과 어떻게 공모했는지 알 수 없다"며 "뇌물수수의 공범으로 볼 수 없고 뇌물공여 또는 뇌물전달의 공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수수하고 국고 손실을 초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 됐다. 이후 10일 정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2016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수수한 것과 관련해 공범으로 추가기소됐다. 안 전 비서관의 경우 박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한 것과 무관하게 2013년 5월부터 2015년 초까지 국정원 관계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13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돼 단순 뇌물수수 혐의도 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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