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현대·기아차가 올해 미국시장 진출 33년만에 누적판매량 2000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서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어떠한 위기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뚝심경영'이 이뤄낸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해까지 미국시장에서 총1891만3440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총127만5223대를 팔았다. (
현대차(005380) 68만5555대,
기아차(000270) 58만9668대) 현대·기아차가 1년 평균 10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올해 2000만대 판매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1985년 4월 미국 LA 인근 가든그로브시에 현지법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를 설립하고, 이듬해인 1986년 엑셀 수출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현지 판매에 돌입했다. 엑셀 수출 첫해 16만8882대를 판매한 현대차는 4년 만인 1990년 100만대, 1999년 200만대, 2002년 300만대, 2005년 400만대를 달성하며 짧은 시간안에 판매량을 급격히 늘려나갔다. 이어 기아차 합류해 1994년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뚝심경영'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기이차가 이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례로 1998년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량 감소 위기를 맞았다. 미국 진출 초기 '엑셀 신화'를 바탕으로 판매 붐을 일으켰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비망 부족과 품질관리 미흡으로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가격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0년 10만 마일' 파격적인 보증 프로그램을 지시했다. 당시 업계는 '2년 2만4000마일' 보증이 관행이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해도 정몽구 회장의 뚝심이 없었다면 쉽게 내릴 수 없는 판단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도 당시의 배짱있는 결단력이 회자되고 있다.
예상을 뒤엎은 정 회장의 승부수는 미국 시장에서 먹혀들며 반향을 일으켰다. 보증 프로그램 시행 첫해인 1999년 현대차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82% 늘어난 16만4190대를 기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으로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차를 구매한 후 1년 내에 실직 등으로 더 이상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을 때 반납이 가능하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현대차는 위기의 순간에 투자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왔다.
올해도 대내외적인 시장 환경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산업 수요가 전년 대비 1.8% 줄어들며 8년 만에 감소한데 이어 올해도 금리상승에 따른 실구매 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1.7%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센티브 지출 증가 등 판매 확대를 위한 업체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불안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의 공세, 한미 FTA 개정협상 또한 향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같은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올 한해를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기반 마련의 해로 삼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현대·기아차는 각각 내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권역별 자율경영체제를 도입한다. 권역별 자율경영체제는 전세계 주요 시장별로 상품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 운영해 현지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이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의 권한과 책임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기아차가 이 같은 조직 혁신의 첫 시작점으로 미국을 선택한 것은 현대·기아차에 있어 그만큼 미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은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의 약 2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선진 시장인 미국에서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다른 권역으로의 적용도 보다 용이해진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각 사별로 출범하게 될 미주지역 권역본부를 통해 판매, 생산, 손익 등을 하나로 통합 관리함으로써 경영 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보다 강화하고 현지 우수 인재를 적극 확보함으로써 경영상의 리스크 관리도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올해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된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아이오닉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특히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복합연비 58MPG로 미국에서 판매중인 하이브리드카 가운데 가장 연비가 좋은 차로 선정됐으며, 아이오닉 EV 또한 전기차의 연비를 의미하는 전비가 전세계 전기차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는 코나 EV와 넥소(NEXO) 등으로 친환경 라인업이 보다 다양해지는 만큼 미국 친환경차 시장 내 점유율을 보다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미래 혁신기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을 오픈, AI·모빌리티·자율주행·스마트시티·로봇 등 미래 핵심분야에 대한 연구 및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목표를 71만6000대로 정하고, 판매·마케팅·상품·서비스 등 전 부문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한다. 먼저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SUV를 중심으로 한 신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상품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킨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엔 코나, 하반기엔 신형 싼타페를 각각 출시하며 판매 확대에 힘쓰는 한편, 전기차 코나 EV와 수소전기차 넥소 등 친환경 SUV 2개 차종을 동시에 선보이며 SUV 제품군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이후에는 코나보다 작은 소형 SUV와 싼타페보다 큰 대형 SUV까지 SUV 라인업을 보다 다양화함으로써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SUV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제이디파워의 '2017 신차품질조사(IQS)'에서 72점을 기록하며 32개 전체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기아차는 1987년 시작된 신차품질조사 31년 역사 중 일반브랜드로서는 최초로 2년 연속 전체 1위를 차지하며, 독일 대표 브랜드인 벤츠, 아우디 등은 물론 일본, 미국의 렉서스, 인피니티, 캐딜락 등 유수의 고급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한국차의 품질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렸다.
기아차는 이 같은 품질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 한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목표를 61만대로 잡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올해 기아차 판매 확대 및 브랜드 고급화의 선봉장은 스팅어다. 기아차는 지난해 연말 첫 선을 보인 스팅어를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 본격 판매한다.
특히 스팅어는 지난해 11월 ‘2018 북미 올해의 차’ 승용차 부문에서 최종 후보에 올라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스팅어는 혼다 어코드, 도요타 캠리와 함께 총 3개 차량이 선정되는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발표되는 올해의 차 발표 결과에서 최종 수상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기아차가 '북미 올해의 차'의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통상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미 최고의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본격 공략을 앞둔 스팅어의 판매가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인 신형 K9을 선보이며 스팅어와 함께 브랜드 고급화 및 수익성 향상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력 볼륨 모델인 신형 포르테(국내명 K3)를 하반기에 출시해 미국 소형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모델이 다소 노후화되어 있는 K5·쏘렌토의 부분변경 모델도 출시하며 판매량 회복에 주력한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사진/현대차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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