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4대강 '담합'사면 받고 사회공헌기금은 '등떠밀기'
2천억 중 현재 모금액 47억 불과…약속액 대비 2.3% 수준
2017-12-14 06:00:00 2017-12-14 06: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과거 '4대강 입찰 담합' 특별사면을 받은 건설사들이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조성 약속을 2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출연금 분담비율을 두고 서로 부담을 떠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대한건설협회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10대 건설사 관계자들을 모아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 출연금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논의는 지난 10월 말 열린 국정감사에서 기금출연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건설협회 기획본부가 주관한 자리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국감에서 출연금 약속 불이행에 대한 지적을 받고 업체들이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사 별로 출연금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와 관련해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현재 다각적으로 분담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2000억원의 기금 조성이 지지부진한 주된 이유는 대형 건설사들이 분담비율을 두고 불만을 토로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4대강 입찰담합 건으로 특별사면을 받은 업체는 74개사인데 그 중 대형사만 2000억원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즉 사면을 똑같이 받은 만큼 분담금도 공평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지난 9월 말까지 사회공헌재단에 출연한 기금은 전체 모금액의 2.3%에 불과한 47억1000만원이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째 같은 수준이다. 기금 출연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각각 10억원 ▲포스코건설·GS건설·대림산업 각각 3억원 ▲롯데건설·SK건설·현대산업개발 각각 2억원 ▲한화건설·두산건설 각각 1억원 ▲삼보종합건설 1000만원 등이다.
 
출연이 1년간 제자리에 머물면서 사회공헌재단의 기금 잔액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건설사 출연금에 기부금 및 이자수입을 더한 총 수입은 52억300여만원이다. 하지만 잔액은 35억5800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출범 이후 2년여 만에 총 수입에서 3분의 1(31.7%)을 지출한 셈이다. 사회공헌재단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기금 조성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내년 사회공헌 활동이 움츠러들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시작된 사회공헌재단이 출범 2년도 되지 않아 자산의 31.7%를 사용해 3년 뒤에는 해산이 우려된다"며 "건설사가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재단의 설립을 결의한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인 만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입찰 담합 건설사 대표들이 건설회관에서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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