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올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자동차업계 전반이 흔들렸지만 만도와 현대모비스 등 꾸준히 고객 다변화 전략을 펼쳐온 부품사들은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1등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처를 다변화한 것이 충격완화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만도의 현대·기아차 매출비중은 56%다. 매출의 70% 이상이 현대·기아차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에 비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편이고 지난 2014년 60%보다도 4%포인트 줄었다. 이는 만도가 지리자동차와 장청자동차 등 중국 현지 브랜드를 대상으로 중국 고객사 다변화에 노력해왔고 포드, BMW과 신규거래를 시작하며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낮춰온 덕분이다.
지리의 중국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34%를 기록해 현대·기아차의 중국 매출 비중 30%를 넘어섰다. 여기에 지리의 고급브랜드 링크앤코가 이번 분기부터 판매에 돌입하면서 지리를 통한 중국시장 매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만도는 링크앤코에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을 납품한다.
현대모비스도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줄여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올 들어 중국과 북미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은 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수주액의 다섯배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현지 완성차업체에 오디오용 외장앰프 공급계약을 맺으며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감성 부품인 외장앰프를 납품한다.
자동차부품사들의 고객다변화 전략은 해외 기업들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델파이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분사한 이후에도 GM에 대한 의존도가 60%에 달했다. GM이 사업 부진을 겪자 델파이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델파이는 고객 다변화를 꾸준히 진행, GM 의존도를 17%까지 낮췄다. 일본 자동차부품사 덴소 또한 토요타 의존도를 51%까지 낮추고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다.
앞서 김서홍 상하이모비스 법인장은 "현대·기아차 이외의 회사에 대한 매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의 전속거래는 안정적인 시장 확보를 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거래기업의 리스크가 그대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감당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도의 중국 R&D 센터 전경. 사진/한라그룹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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