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빅3'가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백화점 빅3를 이끄는 CEO 3인방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 최장수 CEO인 장재영 대표가 이끄는 신세계백화점만이 유일하게 선방을 한 반면, 취임 1년이 채 안된 수장들이 이끄는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069960)은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426억원(대구점 포함)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71억원으로 4.5% 신장했다.
백화점 업황이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일궈낸 신세계백화점의 이같은 호실적은 장재영 대표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장 대표는 지난 2012년 12월 신세계백화점의 수장으로 취임해 5년째 회사를 이끌며 업계 최장수 CEO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정유경 총괄사장의 든든한 신임과 지원아래 위기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부터 문을 연 신규점 효과가 실적에 반영됐다. 특히 체험 위주의 전문관을 도입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지난해 8월 증축으로 새 단장을 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리뉴얼 오픈 1년 만에 매출이 21.8% 증가하는 등 순항 중이다.
지난해 12월 15일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에 문을 연 대구점 역시 오픈한 지 1년이 안됐지만, 백화점 실적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 점포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대구점은 오픈 100여일 동안 하루 평균 10만명을 끌어모으며 흥행을 이끌기도 했다. 세계 최대 부산 센텀시티점에 준하는 매장 규모와 콘텐츠 경쟁력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취임 1년이 채 안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수장들은 어깨가 무거워졌다. 각각 사드 사태와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인해 '실적악화'라는 짐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9020억원, 영업이익 5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8.6%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계속된 내리막길이다. 이같은 마이너스 실적은 지난 4월부터 장기화한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해외사업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백화점 해외사업은 3분기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동기(200억원)보다 20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 3월 수장으로 취임한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는 '중국통'으로 평가받으며 중국사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를 받았지만, 막상 중국법인의 3분기 실적은 사드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24.4%나 감소했다.
박동운 현대백화점 대표도 고민이 늘고 있다. 상품본부장을 지낸 '영업통'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많은 기대 속에 수장으로 취임했지만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어서다.
현대백화점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 4222억원, 영업이익이 69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3%, 15.1% 감소했다. 전반적인 소비심리 악화로 인한 매출 감소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여기에 매출이 높은 판교점과 티큐브점 등 일부 점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점포들이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약화돼 매출 감소를 보였다. 또 올해는 가든파이브씨티 아울렛을 제외하곤 추가 출점도 없어 신규 출점 효과 등 외형성장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천호점의 증축 공사와 신세계백화점의 출점으로 고전중인 대구점의 리뉴얼 공사 등도 실적에 부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명품, 리빙 등 저마진 상품 판매 비중이 높았던 것도 부진의 원인이자 풀어야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사업은 오너들의 입김과 영향력이 쎈 만큼 CEO들의 능력을 오롯이 평가받는데 한계가 있지만, 유통기업들의 주력사업인만큼 실적은 CEO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며 "롯데와 현대백화점 수장들은 상대적으로 임기가 짧았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이 본격적으로 능력을 검증받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왼쪽부터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 박동운 현대백화점 대표. 사진/ 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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