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계가 주주환원 방식으로 자사주 소각 등 감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반면 같은 환원책인 무상증자는 기피된다. 유통주식 수를 줄여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31일 사이 보통주 71만2000주, 우선주 17만8000주를 매입해 소각한다. 이로써 올해 발표했던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정책이 끝난다. 내년부터 3년간 진행되는 주주환원정책에는 일단 배당 확대만 포함됐다. 대신, 현금상황을 보고 추가적으로 자사주 정책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두산은 지난해 1월 향후 3년간 매년 5%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중장기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기존에 취득했던 614억여원 규모의 자사주 101만385주(보통주)를 지난 6일 소각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익소각)은 전체 주식 수를 줄여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가치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주주들의 지분율이 상승해 향후 배당이 오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특히 지배주주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기관과 외국인 등 외부주주는 주주환원정책 발표 등으로 주가가 올랐을 때 시세차익 목적으로 주식을 파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지배주주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면서 자사주 정책을 조율해 꾸준히 지분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이 부각되면서 대규모 기업집단에서는 무상증자가 실종됐다. 무상증자도 주가 상승 등 주주환원책의 하나로 분류되지만, 주식 수가 늘어나는 부담이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매입 가능한 주식 수가 줄고 주가가 오르면 적대적 인수합병(M&A)도 어려워진다. 향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외부주주의 이사회 개입 등을 고려할 때 선제적인 방어수단으로도 유용하다.
LG전자와 LG상사는 최근 해외 계열사인 LG HOLDINGS(HK)의 유상감자를 진행해 각각 3430만주(387억원), 1750만주(196억원)를 처분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예상 거래일은 내달 26일이다. 전체 주주 일괄 적용으로 LG전자(49%)와 LG상사(25%)의 지분율은 기존과 변함이 없다. LG전자의 경우 지배회사인 LG의 총수일가에 이득이 돌아가기까지 한 단계를 거치지만, LG상사는 구본준 LG 부회장(지분율 3.01%) 등 전체 26.29%의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 일가에 직결된다.
승계 과정으로 지분 변동이 활발한 GS도 유상감자에 나섰다.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세 아들인 허남각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이 100% 소유한 삼정건업은 지난달 27일 350만주의 유상감자를 결의했다. 내달 15일 세 사람은 총 350억원을 받게 된다. 역시 지분 변동은 없다.
자본 변동이 없는 무상증자와 달리 이익소각과 유상감자는 자산을 갉아먹는다. 특히 유상감자는 짧은 기간에 기업의 현금을 빼내는 목적으로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론스타의 '먹튀' 사건이 대표적이다. 회사자금을 빼내 기업이 부실화되면서 유상감자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나빠졌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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