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브로드컴이 세계 3위의 반도체 공룡 퀄컴 인수를 추진한다. 인수 금액은 역대 정보기술(IT) 인수·합병(M&A) 중 사상 최대 규모인 1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네트워크 등 통신업계 전반으로까지 지각변동에 휩싸일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퀄컴을 1000억달러(약 111조5000억원) 수준에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이는 IT 업계 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다. 종전의 역대 최대 기록은 지난 2015년 PC업체 델이 세계 1위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 EMC를 670억달러(약 75조원)에 인수한 사례다.
브로드컴은 반도체·통신 전문 업체로, 2015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바고테크놀로지에 370억달러(약 41조원)에 인수됐다. 인수 후에도 사명은 브로드컴을 유지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특히 무선인터넷과 블루투스, 위성항법장치(GPS) 시장의 최강자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152억달러로, 인텔(570억달러), 삼성전자(443억달러), 퀄컴(154억달러)에 이어 4위다. 업계에서는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성공하면 무선용 반도체 시장 구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다. 표준기술특허를 포함해 통신 관련 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브로드컴이 인수시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 최근에는 '특허 갑질'로 한국, 중국, 대만 등 각 국에서 불공정거래 갈등을 빚고 있다. 최대 고객이던 애플과도 특허 관련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성사돼 퀄컴 경영진이 교체되면 퀄컴·애플 간 분쟁이 해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컴과 퀄컴 측은 현재 인수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여부에 대해 미지수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인수 금액이 워낙 큰 데다, 각 국 규제 당국 승인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성사 여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브로드컴은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브로드컴이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했다"며 "브로드컴은 정말 멋진 기업"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미국 퀄컴 본사 앞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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