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대기업에서 친족 분리를 한 뒤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계열분리제도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10일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기 위해 계열분리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계열분리제도는 보유지분을 일정부분 이하로 낮추는 등 요건을 갖춘 회사를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1997년 도입됐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한진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유수홀딩스와 싸이버로지텍 등 7개사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경영권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기고 분리했다. 이후 유수홀딩스 등 회사들은 법적으로 한진그룹과 관계가 없어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게 됐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한진해운과 관계된 업무로 수익을 얻었다. 특히 한진그룹의 최 전 회장과 조 회장의 관계처럼 총수와 친족이 운영하다가 분리하는 친족분리제도의 경우 거래의존도가 50% 미만이어야 한다는 요건도 1999년 폐지되면서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면탈 수단으로 지적돼 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4대 기업집단으로부터 분리된 48개 회사 대상 실태조사 결과 친족 분리 후 한해라도 모집단과의 거래의존도가 50% 이상인 회사가 절반에 가까운 23개(47.9%)에 달했다.
이에 공정위는 먼저 친족 분리된 회사가 분리 이후 일정 기간 동안 분리 전 집단과의 거래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부당지원행위가 적발될 경우 친족 분리를 취소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앞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자산총액 50조원 초과 대기업 집단은 친족분리된 회사와의 거래 내역까지 공시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지난해 8월 국회에 발의하기도 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친족분리기업에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공정위도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이번 대책은 공정위가 부당행위를 점검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임원이 독립 경영하는 회사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계열분리를 인정하는 임원 독립경영 인정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지금까지 임원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회사는 동일인(총수)의 지배가 미치지 않는 경우에도 기계적으로 해당 집단에 편입됐다.
공정위는 임원 및 친족 경영회사에 대한 실태파악과 업계 의견수렴 등을 거쳐 12월 초부터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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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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