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변수가 산업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을 비롯해 기계산업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이 경기회복에 수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3일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일반기계의 누적 수출액은 282억달러(31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가의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수출이 증가한 데 기인했다. 특히 미국은 경기 회복과 설비투자 증가, 정부의 SOC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늘었다. 7월까지의 누적 수출액은 43억달러(4조8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
다만, 이 같은 수출 증가세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또는 재협상 주장이 현실화될 경우 주춤할 수 있다. 미국은 한미 FTA 발효 이후 일반기계 무역적자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역적자 규모는 2013년 11억달러(1조2400억원)에서 지난해 29억달러(3조2700억원)로 매년 늘었다.
업계는 미국의 무역적자 증가는 FTA가 아닌 자체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 951개 가운데 440개에 대한 평균 관세를 기존 4.0%에서 0.001%로 낮췄다. 한국은 미국산 수입품 1069개 중 919개 품목의 평균 관세를 7.0%에서 0.2% 수준으로 줄였다. 한미 FTA에 따른 이득이 한국보다 미국이 크다는 논거로 활용 가능하다.
지난 24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서울 강남구 무역협회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민간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FTA가 폐지되거나 개정돼 한국산 기계류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일반기계 산업은 전체 수출액 437억달러 가운데 미국(62억달러)이 중국(102억달러)과 아세안(63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관세 부과시 업계는 수출 가격을 올려야 하고, 결과적으로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무역적자 증가는 자국 산업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FTA 변수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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