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RC카 한 대가 노란 종이비행기들이 수북이 쌓인 무대를 종횡으로 지난다. 사람 걸음걸이 정도의 속도로 굴러가는 바퀴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다. RC카는 잔잔히, 찬찬히 관객 쪽으로 다가서다 이내 한 바퀴 돌고는 무대 뒤로 사라진다.
잠시 후 청아한 피아노 건반 소리와 함께 스크린이 켜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 숲 사이로 아까의 그 RC카가 ‘누군가’를 열심히 쫓는다. 카메라는 그 ‘누군가’의 발을 잡다, 뒷모습을 잡고 이내 그의 얼굴을 잡는다. 4년여 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다.
그는 아늑한 방으로 들어갔다. 촛불을 켜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데뷔 후부터 자신의 곁을 지켜준 팬들을 위해.
9집 활동 당시 콘서트에서 열창하는 서태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2007년, 데뷔 15주년을 맞은 서태지는 그렇게 자신을 지켜준 팬들과 만났다. “시간은 많은 것을 거짓으로 만들”지만 “‘우리’를 거짓으로 만들지 못했다”던 메시지에 모두가 웃고 울었다. 그리고 다시 거짓말처럼 흐른 10년이란 시간, 2일인 내일 그의 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서울 잠실에서 열린다.
일단 지금까지 서태지 측에서 나온 공식 입장을 종합해 보면 이번 공연의 큰 줄기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다. 지난 21일 방탄소년단과 함께 무대를 꾸미겠다는 공식 발표에서 방향성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4집 컴백홈 활동 당시의 서태지와 아이들. 사진/뉴시스
당시 발표된 대로 이번 공연에서 서태지 측은 방탄 소년단과 ‘난 알아요’부터 ‘이 밤이 깊어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 ‘하여가’, ‘너에게’, ‘교실이데아’, ‘컴백홈’ 등 아이들 시절의 대표곡들을 함께 할 예정이다. 네이버 ‘V앱’을 통해 당시 사운드 그대로 곡들이 연주되며 그가 춤을 춘다는 사실도 알려진 상태다.
서태지와 톨가 카쉬프. 사진/뉴시스
‘서태지 심포니 무대’의 재현 역시 그런 공연 전체의 방향성과 맥을 같이 한다. 2008년 서태지와 로열 필하모닉이 협연한 당시의 무대는 록과 클래식이 만나는 특별한 무대였다. 세계적인 지휘자 톨가 카쉬프의 지휘 아래 ‘난 알아요’, ‘교실이데아’, ‘테이크 원’, ‘모아이’ 등이 새롭게 편곡됐었다. 이번 공연에선 당시의 곡들이 국내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며 동시에 추가 편곡된 새로운 곡들로 선보여진다. 9년 전의 감동을 재현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국카스텐. 사진/뉴시스
후배 가수들의 오프닝 공연도 주목할 만하다. MBC 복면가왕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하여가’를 새롭게 해석한 국카스텐과 서태지 25주년 리메이크 프로젝트 ‘타임:트래블러’의 ‘모아이’에 참여한 어반자카파의 무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김민석 서태지컴퍼니 이사 겸 스포트라이트 대표는 “이번 공연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시간여행’이다”며 “예전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그리고 솔로 이후 지금까지의 서태지로서의 뮤지션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오후 4시부터 스탠딩 입장이 시작된다. 국카스텐(오후 6시~6시20분), 어반자카파(6시40분~7시)의 오프닝 공연 이후 서태지가 7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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