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입 혐의' 원세훈 전 원장, 파기환송심서 징역 4년(종합)
정치관여·선거운동 모두 유죄…"민주적 질서 반한 것"
검찰 "응분의 책임 물은 것"…원 전 원장 "상고하겠다"
2017-08-30 16:54:26 2017-08-30 17:06:27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법원이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며 국정원이 18대 대선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2015년 7월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한지 2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해 30일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보석허가도 취소하고 검찰로 하여금 재구금시켰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각각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정원장으로서 국정원 정점에서 사이버팀 활동을 보고받고 주도했다. 전부서장회의에서 치우친 여론을 정상화하라고 발언한 것은 국정원이 여론 조성에 직접 관여하라고 노골적으로 지시한 것"이라며 "정치적 여론은 건전한 비판을 통해 형성돼야 하고 국정원과 같은 국가기관을 거치는 것은 민주적 질서에 반하는 것이기에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정치에 관여하며 특정 후보자 지지 및 낙선 운동까지 나아갔다"며 "사안이 매우 중하고 국가기관이 장기간 선거에 개입한 전례를 찾기 힘들어 사회적 비판 가능성이 크다. 왜곡된 여론 조성으로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 전 원장이 사이버팀 직원 개개인에게 지시하거나 직접 접촉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개별적 범행 지시를 안 했더라도 사이버팀 활동을 승인하고 활동 내용 관련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따라서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국정원의 정치 관여(국정원법 위반) 부분 관련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거명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 현지 대통령을 지지, 옹호하는 글 및 대통령과 관련된 국정 홍보 글은 정치 관여 행위"라며 "찬반클릭(1200회), 인터넷 게시글·댓글(2027회), 트위터 활동(28만8926회) 모두 정치 관여 행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선거 운동(공직선거법 위반) 관련해서는 "국정원 사이버팀 활동은 그 내용 자체가 특정 정당 소속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취지가 뚜렷하게 드러난 점, 원 전 원장이 전부서장회의에서 수차례 선거 관련 발언을 한 점 등에 비춰 사이버 활동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의 경우 정당 후보자가 출마를 선언한 날이나 후보자 확정일 이후부터 비로소 '특정 후보자'에 대한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증거로 채택될지 관심을 끈 '시큐리티 파일'과 '425 지논 파일'의 증거 능력에 대해서는 1심 판단과 마찬가지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 파일의 작성자로 추정되는 국정원 사이버팀 직원의 법정 진술에 의해 성립에 진정함이 증명된 바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본다. 상고심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인 배호근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재판부 판결에 수긍할 수 없고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 일방적으로 검찰 주장만을 수용하고 변호인이 얘기한 것은 전혀 참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정원 직원 등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반대 댓글을 달게 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2013년 공직선거법 위반·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개입(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 대선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원 전 원장을 법정 구속했으나 2015년 7월 대법원은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2년간 24회에 걸친 치열한 공판을 거쳤고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현재 국정원으로부터 '민간인 댓글 부대' 팀장들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고 조사 중인 검찰은 24일 "기존에 일부만 파악됐던 국정원 민간인 외곽팀의 규모와 실상이 확인돼 공판에 반영할 필요가 있게 됐다. 추가 확보된 중요 증거들의 제출, 공소장 변경, 양형 자료 반영 등을 위해 부득이 변론 재개가 필요하다"며 법원에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8일 "사건 진행 정도 등에 비춰 변론을 재개해야 할 이유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변론 재개 신청을 불허했다.
 
원세훈(오른쪽)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돼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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