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좌초 1년…표류하는 한국해운
2017-08-31 06:00:00 2017-08-31 06:00:00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대한민국 대표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정확히 1년이 흘렀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2월 한진해운의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파산을 선고했다. 한진해운의 좌초와 함께 한국 해운의 표류도 길어지고 있다.
 
선복량 기준 세계 7위로  머스크, MSC 등 유수의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을 이어가던 한진해운 몰락의 여파는 컸다. 당장 선박에 실렸던 화물은 하역이 중단됐고, 화물들의 발이 묶이자 물류 대란이 발생했다. 수출길이 끊기자 기업들은 아우성을 질러댔다.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한국 해운업계에 대한 신뢰도 역시 추락했다.
 
한진해운은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전 세계 168개 항만에 깔았던 해운 서비스망은 외국 선사들의 몫이 됐다. 핵심 자산인 선박도 외국 선사들이 나눠 가졌다. 머스크와 MSC는 한진해운의 1만3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6척과 3척을 각각 인수했다. 현대상선과 SM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 일부를 가져갔지만,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국적선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8월 5.1%(한진해운 3.0%, 현대상선 2.1%)에서 이달 1.9%(현대상선 1.7%, SM상선 0.2%)로 급감했다.
 
지난해 8월 31일 한진해운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진은 이날 부산신항 한진해운 신항만터미널의 전경. 사진/뉴시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을 파산에 이르게 한 정부의 잣대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운이 가진 산업적 특성을 간과한 채 무리한 구조조정만을 강요, 회생을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산업은 화주와의 오랜 관계를 통해 형성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년간 쌓은 한진해운의 명성이 날아갔으며, 국적 선사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적 관점으로 파산을 결정한 정부의 실패"로 규정했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한진해운 파산 후 해운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졌다"며 답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아닌 한진해운이 좌초된 것을 놓고 최순실씨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의혹도 가시질 않는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조양호 한진 회장이 최씨 민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화를 샀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선박해양 설립과 선박 신조 프로그램, 글로벌 해양펀드 지원 등의 금융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정부는 '재조해양(바다의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의 각오로 지원책에 뛰어들고 있다. 그 결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이 가시화됐고, 한국해운연합(KSP)이 결성됐다. 현대상선 등 원양 선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적 근해 선사들의 치킨게임을 막아 해운산업을 되살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무너질 생태계를 복원할 해양강국의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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