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신선 HMR 시장, 대기업식 논리만으론 성공 못해"
윤정호 동원홈푸드 HMR사업부장
가공 HMR과 태생부터 달라…"이마트 피코크 경쟁상대 아냐"
홈쇼핑 이어 편의점까지 채널확대…"2021년 2천억 브랜드 자신"
2017-08-17 06:00:00 2017-08-17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참치회사' 이미지가 강했던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말 2조3000억원대로 성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동원그룹 계열사 동원홈푸드는 지난해 인수한 '더반찬'을 대표 HMR 브랜드로 앞세워 2021년에 매출 2000억원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그러나 이미 HMR 시장은 신세계(004170), CJ제일제당(097950) 등 대기업의 전쟁터가 된 상황. 이를 잘 알고 있는 동원그룹은 기존의 '가공 HMR'이 아닌 신선함을 강조한 '프레시 HMR'을 새로운 시장이자 공략 대상으로 삼으며 차별화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단품 기준으로 하루 최대 2만5000개를 생산할 수 있는 건물면적 7272㎡ 규모의 신공장 DSCK센터를 오픈하며 전초기지를 세운 것도 HMR 시장 공략을 위한 의지가 담긴 행보였다. 동원그룹의 이 같은 투자와 노력 끝에 '더반찬'은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가산동 DSCK센터에서는 매일 동원홈푸드 소속 7명의 전문 셰프로 구성된 메뉴개발팀이 만든 표준 레시피를 토대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조리 프로들이 하루 300여 개, 연간 1000여개에 달하는 각각 다른 메뉴를 생산하고 있다. '편의'만 앞세운 HMR시장에서 '퀄리티'를 앞세운 HMR로 승부를 보겠다는 윤정호 동원홈푸드 HMR사업부장을 만나 동원그룹의 향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윤정호 동원홈푸드 사업부장. 사진/동원홈푸드
 
동원그룹의 HMR(가정간편식)을 책임지는 '서울 신공장' 가동 4개월째인데 변화된 부분은
 
HMR사업부장을 맡고 있어 공장과 본사에 반반씩 상주하고 있다. 공장 가동 후 기자간담회도 열었고, 이슈가 되며 홈쇼핑 등 온라인 채널 쪽에서 상품을 취급하고 싶다는 오퍼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통망 확대는 우리가 나서기 전에 유통채널쪽에서 먼저 제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최근엔 롯데홈쇼핑에 반찬 4주 정기배송 상품을 론칭했는데 생각보다 정기배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상당하더라. 홈쇼핑 매출만 월 2.5억에서 3억정도 매출이 나오고 있다. 홈쇼핑 사업자들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면서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엔 전라남도 음식을 중심으로 한 '남도관'이란 메뉴 개발 막바지 단계인데 이 소식을 어떻게 접했는지 먼저 제안이 들어오더라. 9월이 되면 홈쇼핑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론칭이 될 것 같다. 편의점 진출도 이미 협의 중에 있다. 편의점이 최근까지 도시락 사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소비자가 한끼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관능이나 품질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가성비 시장에서 퀄리티 시장으로 넘어오는 만큼 편의점 사업자들도 우리의 '프레시한 반찬'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
 
HMR사업부장이라면 메뉴 개발도 직접 참여하는가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내가 못하는 부분을 가장 정확히 안다는 것이다. 난 메뉴개발과 상품기획은 절대 개입하지 안한다. 마케터 출신이기 때문에 내가 할일을 따로 정해져 있다.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을 개입하면 각자의 최고 역량을 살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말 간담회에서 목표로 밝혔던 매출 등 비전 달성은 순항 중인가
 
2021년까지 2000억의 브랜드로 만드는 건 문제 없다고 본다. 이미 홈쇼핑 채널을 통한 매출 성장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유통망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매출 성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 오프라인 매장도 매출에 기여할 동력이지만 '상생'을 고려해야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먹거리를 만드는 공장이다 보니 최근까지 이어진 '폭염' 등에 대비한 위생관리도 민감할 것 같은데
 
우리 HMR은 '프레시(신선함)'을 모토로 하기 때문에 상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제일 신경쓰는게 '냉장'이다. 원재료 보관부터 조리, 조리 후 이동까지 모든 단계가 냉장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포장도 10도씨 아래서 이뤄지고 있고, 매주 온도 체크를 하고 포장재 보냉테스트도 수시로 진행한다. 여름철 폭염이 반복되다 보니 상품 변질이 있을 수도 있어 온도 유지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매일 300여종의 반찬 메뉴들이 만들어진다던데 제품 연구개발은 어떻게 이뤄지나
 
공교롭게 오늘 인터뷰 직전 내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출시 예정인 패키지 메뉴 '남도관'에 대한 품평회를 진행했다. 메뉴 개발을 진행하며 상품기획자, 셰프, 생산팀장, 조리사 모두를 남도 출신으로 배치했다. 작은 디테일도 놓쳐선 안된다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동원그룹에 회장님을 비롯해 전라도 분들이 많다. 디테일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 다른 메뉴 개발도 마찬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나는 2년 전까지 풀무원에서 HMR을 담당했었다. 처음 동원에 왔을땐 HMR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그냥 개발하는 사람이 뚝딱 뚝딱 만들어 공장에 넘겨주면 생산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1년을 할애했다. 지금은 상품기획팀에서 컨셉트부터 방향을 설정하면, 셰프로 구성된 메뉴개발팀이 같이 논의하면서 상품의 형태와 최종 메뉴를 결정한다. 결정된 레시피를 가지고 생산조직이 붙어서 양산테스트를 거쳐 레시피를 재차 수정하고, 최종 품평회까지 거쳐서 개발이 완료된다. 유통기한에 대한 안전성, 원재료에 대한 안정성, 표시사항에 대한 법적기준, 생산의 효율성 등을 모두 따지고 미리 계획해서 출시하는 시스템 조직을 갖추게 됐다.
 
HMR사업은 많은 대기업이 뛰어들어 경쟁중인데 동원홈푸드가 주도 중인 '프레시 HMR' 시장의 가능성은
 
우린 자신이 있다. 풀무원 등 다른 대기업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시장이다. 인내를 갖고 투자하고 확신이 있어야 도전이 가능하다. 제조 관점에서만 들여다보고 매일 300종 넘는 메뉴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제조공장도 '공장'으로 볼게 아니라 '주방'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내가 HMR 시장에서 십수년 경험을 쌓으면서 느낀건 다른 대기업들은 미래시장의 성장성, 향후의 비전, 브랜드 가치, 또 언제쯤이면 시장을 장악하고, 언제쯤이면 이익이 나는지 이런 걸 모두 계산하고 뛰어들려고 한다. 그러면 못 들어오는 시장이다. 초기 생산설비 투자가 선행되야 하고, 조리 인력을 숙달시켜야하고, 매달 2~30가지씩 메뉴를 계속 바꾸면서 시행착오를 감수해야하는 과정을 견뎌야한다. 식품 대기업들 대부분이 단기간에 시장에서 자기 위치를 점해야하고 숫자를 통한 결과를 만들어야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확신이 없이는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현재도 곁눈질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기업 중에서 프레시 HMR을 다양한 반찬 타입으로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는 이 정도 규모의 공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배민프레시 등 일부 스타트업이 프레시 HMR을 표방하지만 큐레이션 채널에 가깝고 대량 제조 생산기반 보단 IT와 마케팅적인 역량이 더 큰 회사들이다. 갈길이 서로 다르다. 우리는 대량 제조기반과 브랜딩이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트랜디한 유통 전문가들이 냄새를 맡고 발 빠르게 론칭에 나서는 것 같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더반찬' 제품은 정기배송이 핵심이다.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작년에 더반찬 인수 후에 기존 소비자들의 선입견도 많았다. 대기업이 인수했으니, 효율성만 따지고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1년 후 품질력으로 인정받았다. 초반에 오해가 많았지만 고객 클레임도 90%가 줄어들었다. 바깥으로 화려하게 보이진 않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한 결과다. 물론 앞으로 더 나아져야 할 부분들이 많다. 4월말 기자간담회 이후 유통 채널 30여군데에서 이 공장에 견학을 왔다갔다. 생산시설이 궁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쟁사도 두 곳이 다녀갔고 우리와 같은 생산설비를 갖추려한다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이마트와 CJ제일제당 등 타사 HMR 브랜드와 차별화된 경쟁력은
 
최근까지 동원F&B의 기관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공장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분들과 같이 PT도 하고 대화를 나누며 HMR 시장 방향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과거 'Non-HMR' 세대는 집이 아닌 밖에서 밥을 먹으면 부모님에게 욕을 먿는 시대를 살았다면, 이른바 '집밥 2.0시대'는 편의기반의 'HMR'을 수용한 세대다. 보관이 용이하고 저렴하고 편한 것을 쫓았다. 이 같은 니즈를 공략한 것이 이마트의 '피코크'였다. 편의점 도시락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편의기반'을 넘어 제품 자체의 가치와 품질에 중점을 뒀다는 게 차별화다. 우리가 추구하는 '프레시(신선함)'한 HMR의 경쟁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가공 HMR'을 하는 이마트 피코크는 경쟁 대상이 아니다. 각자의 영역이 엄연히 다르다.
 
지난 간담회때 '더반찬'의 오프라인 매장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었는데 현재 상황은
 
지금까진 유통 채널쪽 오퍼들을 선제적으로 소화하다보니 아직 오프라인 매장 출점은 구체화 되지 않았다. 다만 연말 안에 한 개 정도 규모가 큰 직영 형태의 로드샵을 오픈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장 역시 온라인과 연계시키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퇴근할때 주문하면 집앞에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향후 운영 상황을 본 뒤 수익성이 보장 된다면 직영을 넘어 가맹형태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기업이 책임지는 모습이 전제가 되야 한다. 반찬가게가 대부분 자영업자 위주다 보니 골목상권 이슈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향후 HMR 시장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요즘 제일 신경쓰고 고민중인 부분은 미래형 브랜드 '차림'이다. '차림'은 '더반찬'과는 달리 건강식을 표방한다. 저염식과 보양식 두 가지 카테고리가 있는데 오는 10월엔 세브란스 병원과 협업한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더반찬'과 '차림'의 컨셉트 차별화와 투트랙 전략을 성공시키는 게 가장 최우선 목표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DSCK센터 조리실 내부. 사진/동원그룹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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