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의 전셋값이 헌 아파트의 집값보다 높은 경우도 많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새 아파트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A 부동산 관계자)."
정부가 6·19에 이어 8·2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 상승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1기와 2기 대표 신도시인 일산과 김포한강의 경우 신규 아파트와 노후 아파트간 집값 양극화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이는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크게 확대됐고, 선호가 몰리면서 부동산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김포한강신도시 운양동(A지구), 장기동(B지구), 구래·마산동(C지구) 등 3개 지구 부동산을 찾아 매매와 전세 동향 등을 살펴본 결과, 지난 몇 년간 새 아파트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다양한 커뮤니티시설과 넉넉한 주차공간, 짜임새 있는 평면 등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시세를 이끌었고, 반면 노후 아파트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새 아파트의 집값이 오르면 기존 아파트도 덩달아 오르면서 키를 맞추지만,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면서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집값과 전셋값도 연식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입주 6~10년 사이 아파트의 가격이 가장 높았지만, 지난 2015년 12월을 기점으로 입주 1~5년 사이 아파트의 가격이 가장 높게 조사됐고, 격차도 더 벌어지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 당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이 같은 추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새 아파트 선호도 현상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한강신도시 장기동 쌍용예가 앞 부동산중개소 모습. 사진/김영택 기자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개발된 장기동의 경우 캐널시티의 1m²당 평균 매매가(분양권기준)는 400만원 수준으로 높다. 이어 호반베르디움 332만원, 한강센트럴자이1단지 318만원으로 새 아파트(1~5년 이내)가 시세가 형성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A아파트의 경우 1m²당 평균 매매가는 275만원, 인근 B아파트의 경우 272만원, C마을의 경우 221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 아파트 주변에는 학원과 상가가 밀집해 생활 편의성이 우수하고, 내년 개통하는 김포도시철도의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히지만, 집값 상승이 여의치 않다.
장기동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올해 1월 한강센트럴자이1차와 5월 2차가 입주했고, 이달에는 캐널시티가 입주 대기 중”이라면서 “2~3채 가진 집주인들은 새 아파트로 넘어오면서 기존 노후 아파트를 매매하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쌍용예가의 경우 편의시설인 라베니체를 끼고 있고, 광역버스 등 교통이 매우 편리하지만, 입주한지 7년을 넘어 집값은 몇 년째 그대로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임대 전환이 마무리되는 인근 중흥S클래스리버티의 경우 인근 유일한 34평형으로 가현초와 장기고, 5년 정도 아파트로 매력이 있어 그쪽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포한강신도시 운양동 인근 부동산중개소. 사진/김영택 기자
일산의 경우도 새 아파트와 노후 아파트의 집값 상승폭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일산요진와이시티의 1m²당 평균 매매가(59m²)는 1740만원 안팎으로 인근 노후 아파트보다 높았고, 1년간 집값 상승세도 월등한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일산요진와이시티의 1년간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14.47%를 기록했고, 인근 백송마을과 흰돌마을은 10.46%를 나타냈다. 새 아파트의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백석동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젊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팬트리와 대형 드레스룸을 갖춘 새 아파트를 선호한다”면서 “삼송, 원흥, 지축, 향동 등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많은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노후 아파트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채상욱 하나투자금융 연구위원은 “재건축 단지나 청약시장의 열기가 높은 이유는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면서 “아파트의 노후도가 심해지는 상황이어서 새 아파트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