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교착 상태에 빠진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을 매듭짓기 위해 SK하이닉스가 승부수를 던졌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측에 '의결권 취득을 위한 지분 전환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바가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과 협상을 재개하자, 중화권으로의 매각을 막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
1일 복수의 SK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도시바 측에 전환사채(CB)를 통한 지분 취득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관계자는 "지분 전환 포기를 포함해 (인수를 위한)모든 노력을 경주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 측에 '지분 전환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현재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은 진전 없이 표류하는 양상이다. 지난 6월21일 한국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될 때만 해도 도시바메모리의 차기 주인은 결정된 듯 보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지분 전환 조항,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갈등 등 돌발 변수로 인해 최종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지분 취득 가능성이 일본 내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게 중론이다. 당초 SK하이닉스가 단순 융자 제공자로 참여했다는 도시바 측의 공식 입장과 달리, 매매계약에 SK하이닉스가 추후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에 3000억엔 규모의 자금을 융자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참여했고, 향후 이를 전환사채로 돌릴 수 있는 조건이 약정서에 명시됐다. 전환사채는 채권 보유자가 원할 때 미리 결정된 조건으로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를 뜻한다.
이에 도시바 측은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반한 감정과 함께 일본을 추월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계도 더해졌다. 이런 가운데 도시바는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 미국의 WD 등과 매각 재협상에 나서며 인수전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압박의 성격도 짙었다. 중화권으로의 매각만은 막아야 하는 SK하이닉스로서는 결국 선택지가 없게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지분 확보를 포기하면 이견 조율이 어려웠던 한미일 연합의 최대 장애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화권으로의 매각에 거부감을 보이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는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2부로 내려와 거래를 시작했다. 도쿄 증시 상장 68년 만에 2부로 강등된 것으로, 도시바는 2017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채무초과 상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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