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핵심 과제였던 3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절차 폐지를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소재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가 심리하는 홈플러스 회생 사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오는 4일입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는 회생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되어야 합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6개월 연장이 가능합니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해 3월4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개시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가결 기한'이 임박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홈플러스가 핵심 쟁점인 신규자금 3000억원을 조달하지 못하는 탓에 재판부로선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이 실행되기 어렵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회생계획안은 관계인집회에 올라가지 못하고 배제될 수도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제출 기한을 다섯 차례나 연장하다 지난해 12월29일에야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습니다. 여기엔 △점포 매각 통한 운영자금 확보 △3000억원 긴급운영자금(DIP) 금융을 통한 운영자금 확보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분리 매각 등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당초 메리츠증권과 산업은행으로부터 각각 1000억원씩 지원받아 총 3000억원의 DIP를 확보하려 했던 홈플러스의 계획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대주주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를 담보로 1000억원을 마련했으나, 이는 계획했던 금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법조계는 재판부가 이번 계획안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회생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DIP 금융 자체도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는데, 스스로 계획한 3000억원 규모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재판부가 수행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가 회생계획안 배제 여부를 두고 지난달 채권자와 노조 등을 상대로 의견조회를 한 점도 주목됩니다. 재판부가 배제 결정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의견조회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노동계와 정치권은 법원에 회생절차 연장과 함께 제3자 관리인 선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일자리와 지역사회 보호를 위한 회생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공적 성격의 전문 기관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MBK 대신 새 관리인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채무자가 더는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한을 연장하거나 관리인을 교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의 앞날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됩니다. △새 회생계획안 제출 후 6개월 연장 △기존 계획안 수행 가능성 인정 후 인가 △수행 가능성 부재로 인한 계획안 배제 및 절차 폐지입니다. 현재로서는 세 번째의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물론 인가 전 절차 폐지가 결정되더라도 곧바로 파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브랜드를 유지하며 회생절차를 재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MBK는 익스프레스를 팔고 나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홈플러스 브랜드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며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재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의 최종 결정은 오는 4일 전후로 나올 전망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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