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자폐도 치료가 가능하며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 중 하나는 탬플 그랜딘일 것이다. 탬플 그렌딘은 자폐인 중에 가장 성공한 사람이며 가장 유명한 사람중 한 명이다. 자페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천재 동물학자가 되었으며 자폐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강연과 저술 작업을 왕성히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는 자폐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이 감동적인 연설의 주제는 ‘자폐아동들은 아주 유능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후 실리콘벨리에 있어야 어울리는 아이들이다. 그러므로 자폐 아동들의 특성을 잘 살려 교육하면 좋을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템플 그렌딘의 이런 시각은 자폐증은 인간의 지능이 고도화되는 진화과정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버나드 그래스피 박사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필자 역시 이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탬플 그렌딘은 여전히 자폐증 상태이면서도 스스로가 천재적인 동물학자로 활동하며 이런 주장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강연중 자폐증을 이해에 중요한 점들을 생생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 필자가 강연내용을 보면서 주의 깊게 봤으면 하는 점은 강연 내용 자체가 아니라 강연을 하고 있는 템플 그렌딘의 표정과 시선처리 그리고 말투다. 그의 강연모습을 보면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의 전형적인 증세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유창한 강연을 하지만 시선은 청중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쳐다보며 이야기 한다. 여전히 눈 맞춤이 어려운 것이다. 말투 역시 일상 언어의 템포라고 보기엔 매우 빠른 비정상적인 속도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청중과 대화를 나누는 강연을 한다기보다 암기한 내용을 녹음기같이 재생하는 듯하다.
항상 카우보이 복장을 고집하는 그녀는 스스로 말하기를 '자신에게 사교란 연기에 가깝다'고 한다. 즉 사람과 감정 정서 교류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고 특정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사회적인 행동인가를 암기하고 훈련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결국 템플 그렌딘은 자폐증 자체가 치료되지 못한 사람이라도 잘 이끌어준다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필자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 한명 한명 모두가 ‘템플 그렌딘 같이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치료한다. 자폐증 치료의 목표는 약간의 증세 호전이 아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해내는 정상수준 회복이 치료 목표다. 템플 그레딘은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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