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기자] 지난 2015년 한국지엠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제임스 김 사장이 취임 2년 만에 돌연 사퇴를 결정했다. 3년 연속 이어진 적자와 계속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김 사장이 올해 경영 목표로 내걸었던 내수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 달성이 어려워진 것도 김 사장의 퇴임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결정으로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의 사퇴결정에 대해 한국에서의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 사퇴라는 의견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데다 올해도 판매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 2015년 6월 한국지엠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1월부터는 최고경영자(CEO)직을 역임해왔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63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완성체업체 5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이는 수출 부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은 지난 2013년 63만대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41만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성적표도 좋지 않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는 7만2708대로 전년 같은기간 대비 16.2%나 감소했다. 상반기 수출물량도 전년 대비 6.5% 줄어든 20만6290대에 그쳐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한국지엠의 판매 잡음은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야심차게 출시된 신형 말리부는 중형 세단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 갈등으로 파업난을 겪으며 생산차질을 빚어 결국 잘 팔아야 할 시기에 물건을 내놓치 못했다. 이로 인해 고객 인도가 늦어지더니 결국 2017년형 말리부를 앞당겨 출시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말리부의 누수 결함이 발생해 또한 신뢰를 잃었다. 대처 또한 미흡했다. 자동차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지엠측의 늦장 대처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차량 뒷유리 윗부분의 LED 후방보조제동등에서 물이 새는 결함이 발생했다는 고객들의 제보가 이어졌음에도 '문제 발생 시 부품 교체'라는 안일한 대응으로 운전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한국지엠은 뒤늦게 희망하는 고객 전원에게 무상 부품 교체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선제적 대응을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1월 9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 올뉴크루즈는 품질 문제와 가격 논란을 겪으며 약 두 달 동안 판매가 지연됐다. 당시 한국지엠은 부품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을 중단하고 전수조사에 들어갔다고 해명했지만 이또한 판매 시기를 놓쳐 많은 고객을 이탈 시켰다. 경쟁사 대비 값이 비싸다는 논란에 기본 트림 가격을 200만원 낮춰 판매를 재개했지만 이 또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친격'으로 고객들의 신뢰도를 더 추락시켰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GM이 유럽과 인도시장을 잇따라 철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 축소에 나서면서 유럽 물량을 담당했던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입지도 작아졌다. 연간 26만대 수준이었던 생산물량이 지난해 14만대로 급감한 만큼 군산공장의 역할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임스 김의 사퇴 결정은 한국 시장 부진에 따른 책임 사퇴로 비춰질 수 밖에 없고, 이는 GM의 한국시장 철수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나마 철수설을 막아줄 수 있었던 KDB산업은행의 한국지엠 지분도 힘을 잃고 있다. 한국지엠 지분 17.02%를 보유하고 있는 산은은 지난 2010년 GM과의 협상 당시 특별결의 거부권(비토)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으나 이 마저도 오는 10월16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 2015년에도 비금융사의 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한국지엠은 제임스 김 사장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상근 회장 겸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글로벌 리더십 강화에 주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경제인단체에서 상근한다는 것이 '사퇴의 변'으로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이 국내시장에 투자와 무게를 싣기 보다는 철수할 것이라는 설에 더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다.
지난달 1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차 한미경제정책포럼에서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 겸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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