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 3각편대가 제대로 날아올랐다. 반도체의 사상 최대 실적 잔치 속에 에너지 및 통신 부문도 상승세를 탔다. 유례없는 업황 강세가 실적을 끌어올린 요인이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체질 개선을 시도한 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뒤따른다. 최태원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펀더멘털 딥 체인지(근본적인 변화)’의 승리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는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개선은 수치로 확인된다. 3사 합계 매출은 21조9108억원, 영업이익은 3조8823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에 육박할 뿐더러 당기순이익도 3조원을 훌쩍 넘었다(3조3419억원). 3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17.7%다. SK하이닉스(영업이익률 39.2%)가 압도적이지만 나머지 양사도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액 11조3871억원, 영업이익 1조4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사상 세 번째다. 화학사업이 본업인 석유사업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윤활유사업과 석유개발사업도 실적이 개선됐다. 비석유사업이 두루 호실적을 내며 영업이익에서 절반이 넘는 비중(55%)을 차지했다. 중국과의 석유화학 합작사업 등 석유 중심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체질 강화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1분기 매출액 4조2344억원, 영업이익 41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1%, 영업이익은 2.1% 늘었다.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SK브로드밴드의 실적 개선과 SK플래닛의 적자 축소 등 자회사의 달라진 행보가 무엇보다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가입자가 올 1분기 407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2.1% 늘어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SK플래닛도 커머스 플랫폼 회사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적자 폭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3각 편대 중 가장 빛나는 계열사는 SK하이닉스다. 하이닉스를 SK그룹으로 편입시켜 기존 에너지·통신 양대 날개에 한 축을 더한 최 회장의 자부심도 한층 커졌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어 1분기 매출액 6조2895억원, 영업이익 2조4676억원의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 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다. 당기순이익(1조8986억원) 역시 사상 최대치를 찍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난해 중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온 메모리 가격이 호실적의 주된 요인이다. D램 20나노 공정 양산을 본격화하고 3D 낸드플래시 차세대 공정도 앞당기는 등 자체 기술력도 강화됐다. SK하이닉스는 향후 20나노 초반급 제품 양산을 확대하고 하반기 10나노급 D램 양산에도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연말 48단 3D 낸드플래시의 양산을 시작한데 이어 1분기 개발을 완료한 72단 제품의 양산도 하반기에 시작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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