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2015년 8월 하이닉스 이천M14 반도체 공장 준공을 앞두고 생산설비의 가동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가 하이닉스 인수 후 누적수출액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로 창립 64주년(1953년 4월8일 창립)과 하이닉스 편입 5주년을 맞은 SK는 국가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책임지는 중추적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SK를 기존 통신·에너지 축에서 반도체까지 3각구도로 재편시키며 사업구조 또한 한층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9일 SK에 따르면, 하이닉스 인수 이후 5년간 그룹의 누적수출액은 3180억달러에 도달했다. 에너지·화학과 ICT 등 SK의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524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4954억달러(한국무역협회 집계) 중 11%를 담당했다. 하이닉스 인수 이전 6~7%였던 SK의 국가 수출 기여도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룹 내 ICT 계열사(SK텔레콤·SK하이닉스·SK㈜C&C·SK플래닛)는 매출 37조4000억원과 수출 17조원의 성과를 냈다. 하이닉스 편입 이전인 2011년 ICT 계열사 매출(17조6000억원)보다 2.1배 늘었고, 2011년 수출(1300억원)보다는 무려 127배 커졌다.
SK는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 결단으로 강력한 ICT 수출동력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SK가 에너지·화학 중심의 수출동력에 ICT를 추가해 안정적이고 견고한 수출그룹으로 탈바꿈했다고 평가한다. 최 회장은 지난 2004년 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에너지·화학·통신 중심의 현 사업구조만으로는 성장이 정체하다 끝내 고사하는 슬로우 데스(Slow Death)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매물로 나와 있던 하이닉스에 주목하고 주변의 반대에도 인수 결단을 내렸다. 최근에는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부문 인수전에 뛰어들며 미국과의 대결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최 회장의 애정은 유명하다. 인수 이후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힘을 실었다.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직후에는 SK하이닉스 M14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46조원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계획도 밝혔다. 올해에만 사상 최대 규모인 7조원을 투자한다. SK에 편입되기 전 투자금(3조50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또 SK하이닉스는 2011년 8340억원(매출액 대비 8%)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를 2016년 2조967억원(매출액 대비 12%)까지 늘렸다. 물론 SK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는 등 최 회장의 성과로 손색 없는 실력을 발휘했다.
SK는 최근 반도체를 비롯해 그룹의 ICT 계열사간 4차산업형 사업모델을 발굴,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이달 초 CEO 직속 AI사업단을 독립조직으로 출범시켰다. 또 5세대(G) 통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한 커넥티드카, 차세대 보안 솔루션 ‘양자암호통신’, 스마트홈 등 전통 통신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융합형 ICT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룹 내 에너지·화학 계열사(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루브리컨츠·SK종합화학·SK케미칼·SKC)도 지난해 불황에도 매출 51조3000억원, 수출 30조2000억원을 달성, 수출비중 60%를 기록했다. 유가 급락과 수요 위축 등의 환경 속에서도 2012년 이후 60% 이상 수출비중을 유지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 전무는 “그룹 창립 이후 64년 간의 패기와 지성을 바탕으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국가경제에도 적극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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