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주택임대 사업에 주력했던 부영그룹이 호텔·레저사업과 부동산 투자 등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주택임대업을 주력으로 급성장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김대중 정부 시절 공공임대 건설지원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토건분야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1990년대 후반 20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기준 부영그룹의 자산규모는 20조를 넘어서 상호출자제한에 포함된 기업집단 중 21위다. 공기업 5곳(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SH공사)을 제외하면 16위로 올라선다. 계열사의 업종은 대부분 건설과 부동산업에 몰려 있다. 업종이 다양하지 않다보니 계열사 숫자도 18개로 적은 편이다. 핵심 계열사는 부영주택으로 자산 규모는 13조를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공공택지 축소 방침과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 확대 등에 따른 임대주택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영이 변화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인천 연수구 둔춘동 일대 49만9575㎡ 부지에 '부영 송도테마파크'를 2020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사업 추진 중에 있다. 오는 11월까지 실시계획변경을 완료한 후 곧바로 착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총 7200억원을 투자해 도심 공원형 복합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것으로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퍼블릭파크 등 세 부분으로 나눠 개발된다.
1983년 창립 이후 30년 이상 임대주택 사업에 매진해 오던 부영그룹은 최근 몇년 새 호텔·리조트·골프장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15년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제주 부영호텔&리조트'를 개장했으며 지난해에는 경기 안성시 '마에스트로CC', 강원 태백시 '오투리조트', 제주 '더클래식골프&리조트' 등을 연달아 사들였다. 현재 서울 중구 소공동과 성동구 성수동 뚝섬 일대에서는 호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영그룹은 대형 건물 매입에도 의욕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1월 서울 태평로2가 삼성생명 사옥을 인수했으며 9월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을 사들였다. 올해 3월에는 인천 연수구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매입을 완료했다. 절반 가량이 공실이라는 점에서 향후 운영 결과가 인수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년 2개월 사이 대형 빌딩 3채를 사들인 셈이다. 매입 대금은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부영그룹이 호텔·레저사업과 부동산 매입 등에 적극적인 이유는 사업을 다각화 시켜 수익구조를 다변화 시키려는 이중근 회장의 결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14년 9.1대책을 통해 3년간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했으며, 지난해 8.25대책에서도 공공택지 공급 축소 의지를 재차 밝힌 바 있다. 공공택지 축소 외에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 확대 등으로 임대주택 시장이 변화를 맞이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부영그룹은 풍부한 현금 동원력을 갖추고 있다.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조1371억원으로 실탄도 충분하다. 부영그룹의 주력인 임대사업 특성상 리스크가 적고 현금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경영실적도 안정적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6309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348억원으로 전년보다 1.5% 상승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50.9% 줄어든 1194억원을 기록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이 회장은 자수성가형 오너로 꼽힌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입학했으나 생계가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고 공군에 입대했다. 이후 1972년 우진건설산업을 설립했지만 7년 만에 부도를 맞이한 그는 1983년 부영의 전신인 삼진엔지니어링을 창립한 후 임대주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2010년 30대 그룹에 처음 진입한 부영그룹은 지난해 재계 순위 21위까지 올랐다. 부영주택의 2016년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년 연속 12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부영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이중근 회장은 1941년생으로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77세다. 이 회장에게는 3남 1녀가 있다. 이중 첫째인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둘째인 이성욱 씨도 부영주택에서 전무로 재직 중이다. 3남 이성한씨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다. 이 회장의 막내딸 이서정씨는 부영주택 상무로 근무 중이다.
부영그룹이 건물과 부동산 투자로 사업을 다각화 하는 것이 상속 및 증여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흘러 나오는 등 그동안 상장회사가 없어 관심의 사각지대였던 것과 달리 커진 덩치만큼이나 경영상황에 대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최순실 사태에 파묻힌 조세포탈과 관련한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도 일부 정치권에서 대선 후 재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어 리스크로 존재하고 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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