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조선·철강 등 주요 제조업종에서 하청업체의 사고사망률이 원청의 8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업체에서 사망사고 위험이 높은 업무를 하청에 떠넘긴 결과로 풀이된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6년 정책제도 연구과제로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통계 산출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2015년 사고사망만인율은 상주하청(0.39베이시스포인트), 원청(0.05베이시스포인트), 비상주하청(0.00베이시스포인트) 순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고위험 업종이면서 원·하청 관계가 만연한 조선(8개사), 철강(10개사), 자동차(22개사), 화학(9개사), 전자(2개사) 등 5개 업종 51개 원청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사업체 지위별로 원청에서는 노동자 19만3982명 중 1명, 상주하청에서는 18만1208명 중 7명이 2015년 사고로 숨졌다. 비상주하청(2만6513명)에서는 사망사고가 없었다. 하청의 사고사망율이 높은 데 대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관계자는 “위험성이 높은 업무를 하청업체에 주는 ‘위험의 외주화’ 관행을 원인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마찬가지로 원청업체에서는 위험성이 낮은 업무를 주로 담당하다 보니 중대재해의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산업재해율은 원청(0.79%), 상주하청(0.20%), 비상주하청(0.08%) 순으로 나타났다. 원청의 재해자 수가 1527명인 데 반해 상주하청에서는 354명에 불과했다.
운수·창고·통신업 등 중대재해 위험이 높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사고사망자 수는 재해자 수에 비례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산업재해 현황’에서도 산업별 통계를 중업종별 통계로 나누어 보면, 동일 산업 내 재해자 수 순위는 사고사망자 수 순위와 일치했다. 특히 상주하청 산재율인 0.20%는 지난해 제조업 전체 산재율인 0.62%보다도 3배 이상 낮은 수치다. 이 때문에 동일 사업장에서 하청이 원청보다 사고사망자가 많지만 재해자는 적다는 것은 조사상 오류에서 기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재해율이 높은 업체의 명단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원청에 제출한 상주·비상주 하청업체 명단을 기초로 이뤄졌다. 원·하청의 산업재해 통합관리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시범적으로 실시돼 검증 절차는 없었다”며 “산재율과 사고사망율 자체에는 오류가 없었지만 조사 대상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사상 한계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하청업체의 산재 은폐다. 노동계 관계자는 “사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는 은폐가 불가능하지만, 중소 사업체에서 경미한 사고는 산재 처리 없이 공상처리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하청의 산재율이 비슷하다면 몰라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다면 산재 은폐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8월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산업재해 은폐 산업안전보건법 개악한 폐기 농성 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산재은폐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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