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우리나라 제약 업력은 130년에 달한다. 서양 의약품 유입으로 비로소 제약산업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할 무렵인 1945년대부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옛 한국제약협회)는 산업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협회는 1945년 조선약품공업협회라는 이름으로 창립됐다. 현재 200여개 제약사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제약산업단체로 성장했다. 협회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협회를 새롭게 이끌게 된 제21대 원희목 신임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다.' 원희목 신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의 슬로건이자 취임 일성이다. 그는 제21대 회장으로 선출돼 지난 3월부터 직무를 시작했다.
"슬로건은 국민 건강을 지키고 미래 먹거리도 창출하겠다는 의미다. 제약은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는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도 하다."
제약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공적 가치를 지닌 산업이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산업이기도 하다. 산업을 규제하면서 한편으론 융성시켜야 하는 산업이라는 의미다. 원 회장은 제약산업의 사회적·경제적 기능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산업이라는 의미도 이런 뜻이라고 말한다. 지난 30여년 동안 보건의료 관련 다양한 직무경험이 이런 식견의 밑거름이 됐다.
원희목 회장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1979년 동아제약에 입사했다. 서울 강남구약사회장과 대한약사회장(제33~34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이사장, 제18대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 초대 사회보장정보원장 등을 역임했다. 의원 시절 제약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약산업 육성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제약산업에 대한 독자적인 법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에 추천받았을 때 당혹감도 잠시, 산업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수락했다고 한다.
"평소 제약업계에 애정을 갖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제약업계를 돕겠다는 생각하던 차에 회장 제의가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제약업계 R&D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약업계가 R&D 투자가 늘어났다. 10년 전만 해도 매출액 대비 R&D 투자금은 5~6%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20%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과 육성책이 미흡하다."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 설립은 원희목 회장이 가장 중점을 두는 핵심과제다. 대선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제안에 핵심 내용이다. 정부 R&D 투자 집행부처는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산재돼 있다. 산업 육성을 위해선 한정된 자원을 선택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가 제약산업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위원회는 정부의 R&D 지원, 허가·규제, 보험약가 제도 등 정책들과 정부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산업 육성 방안뿐만 아니라 기초수액제, 혈액제제 등 필수의약품의 장기수급 정책 및 관리부처의 역할도 하게 된다.
"여야에서 제약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책제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정부 차원에서 제약 산업 지원이 필요하다."
그는 대선공약 정책제안으로 혁신위원회 설치뿐만 아니라 ▲정부 R&D 투자지원 규모 확대 ▲합리적인 보험약가제도 운영 ▲일자리창출 정책지원 ▲필수의약품 관리·지원 확대 등을 내세웠다.
"제약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신약개발에 대한 각국의 정부 R&D 투자 비중의 경우 미국은 37%, 일본이 19%, 벨기에가 40% 등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8% 수준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투자금이 부족해 신약개발 성공률도 낮다. 정부 차원의 투자금이 20%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내 제약산업은 복제약에서 신약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27개의 국산신약이 나왔다. 글로벌에서 기술이전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제약산업이 미래먹거리가 되려면 결국 글로벌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은 R&D와 기술력이 상당 부분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한단계 도약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바이오 산업도 원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협회는 3월15월 기존 한국제약협회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관 개정을 승인했다. 협회 명칭 변경에 한국바이오협회가 '고유 산업 영역 침범'이라며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기도 했다.
"제약산업에는 케미칼(합성의약품)뿐만 아니라 백신,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도 포함된다. 사업방향이나 컨텐츠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은 제약이라고 하면 보수적이고 케미칼(합성의약품)로만 한정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협회명 변경은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바이오의약품을 공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다. 이미 바이오는 모든 산업분야에 붙는 보통명사가 됐다. 특정 분야나 협회가 독점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협회와 배타적으로 선을 긋는 게 아니라 서로 바이오를 통해 오픈이노베이션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바이오 유관 협회를 존중하고 서로 협력할 것이다."
그는 어떤 산업육성 정책이든 산업에 대한 이해가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정책의 일관성, 행정의 효율성, 과학적 검증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산업의 최고의 육성책은 합리적인 규제와 안정적인 제도다. 제약산업은 규제산업,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산업이므로 규제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제기준과 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막무가내 규제는 산업을 멍들게 한다.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린다. 정책 일관성이 10년이 보장돼야 한다. 새로운 약가제도의 유입은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져온다. 신약 연구개발 과정을 충빈히 이해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 정책이 남발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나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약개발은 국가의 연구역량, 기술역량, 자금역량을 총 동원해야만 성과를 내는 국가적 의제다.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발돋움하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약바이오협회가 중심이 돼서 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원희목 회장이 취임 후 개최한 부서별 업무보고에서 협회 전직원이 참석해 회의를 하고 있다. 그는 소통과 혁신을 취임 키워드로 내세우고 협회 임직원, 유관단체, 직능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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