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 기자]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는 낡고 녹슬어 아파 보였다. 세월호는 나에게 있어 역사 속 안타까운 사건의 일부로 그치는 것이 아닌, 250명의 후배를 앗아간 한스럽고 아픈 기억이다.
지난 2014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한 나는 햇수로는 4년, 만 3년의 경력으로 광화문 거리를 오가며 참 열심히 뛰어다녔다. 나는 내 기자 경력을 기억하기에 앞서 세월호 참사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쌓여가는 경력 만큼 후배를 떠나보낸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단원고 1기로 졸업한 나에게 있어 지난 2014년 이후 4월16일은 매년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증권금융부 소속인 나는 사회부가 아닌탓에 후배들과 관련한 소식을 선후배들의 어깨 넘어로만 접해야만 했다. 대중보다 한 발 먼저 정보에 근접해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후배들과 관련한 내부 소식, 이른바 백브리핑은 접하기 어려운게 현실이었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 3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과 진실을 찾아내지 못하는 무능함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아직도 나의 동창들과 동료들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울분을 터뜨린다. 국내 많은 언론사와 관계자들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도 유가족분들과 나와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하염없이 부족하다. 특검조차도 그 의혹을 밝히지 못하는 형국에 으름장을 놓고 싶을 따름이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을 통해 파면되며 내려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세월호 인양 작업이 착수되며 차가운 물속에 잠들어 있던 후배들이 세상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왜 지금일까. 지난 밤 미디어를 통해 세월호 인양 작업을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앞서 나는 지난해 총선 당시 후배들을 위해 글을 적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첫 국회의원 선거이자 떠난 후배들이 맞는 첫 선거였기 때문이다. 국민으로서 국가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에서 단 한 번의 투표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떠나간 후배들을 떠올리며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이번 대선과 연관지어진 세월호 인양 시기가 참으로 애석하다. 정치권에선 이번 세월호 인양에 대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말들을 내세울 것이 너무도 극명하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은 기억해야 한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 감춰진 진실이 촛불처럼 환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지만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곱씹어 기억해주길 바란다.
2014년 세월호 침몰 후 매년 4월16일은 비가 왔다. 다음달 4월16일은 그들의 넋을 위로해주는 비가 오기를 기대한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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