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산재율 증가 원인조차 모르는 정부
고용부, 건설경기 호황·늘어난 일용직 지목 …실제는 '건설현장 고령화'가 주영향
2017-03-14 06:00:00 2017-03-14 06:00:00
[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지난해 건설업의 산업재해율과 사고사망만인율이 모두 늘었지만, 산재 업무를 통할하는 고용노동부는 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최근 발표한 ‘2016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의 재해율(100명당 재해자 수)은 0.84%로 2015년(0.75%) 대비 0.09%포인트 증가했다. 1만명 당 사고사망자 수인 사고사망만인율 또한 1.47bp(베이시스포인트, 만분율)에서 1.76bp로 증가했다. 8개 주요업종 중 재해율이 증가한 업종은 건설업과 광업뿐이다.
 
고용부는 건설업의 재해율이 증가한 원인으로 건설물량 급증을 지목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6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수주(경상)는 145조2000억원으로 2015년 대비 7.6%, 같은 기간 건설기성(불변)은 107조7000억원으로 17.5% 각각 증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 수가 늘어나면서 재해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건설업의 경우 경력이 부족한 일용직 비중이 높다 보니 재해가 다른 업종보다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건설업 종사자 수 증가율은 전체 종사자 수 증가율에도 못 미쳤다. 고용노동통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종사자 수는 2.23% 늘었는데, 건설업 종사자 수는 105만3975명으로 전년 대비 1만3784명(1.33%) 느는 데 그쳤다. 건설업 일용직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0.52%였다. 종사자 및 일용직 증가를 재해율 증가의 원인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고용부는 내·외국인 재해자 수 비율, 건설현장(사업장) 수 증감 추이 등 재해율 증가의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건설업의 재해율이 증가하는 원인이 건설현장의 인력구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5년 건설근로자 퇴직공제 통계연보’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고령화 및 외국인력 대체가 매년 가속화하는 추세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건설노동자 중 52.2%가 50대 이상이었으며, 17.9%는 60대 이상이었다. 또 전체 건설노동자 중 외국인 비중은 2011년 5.8%에서 2013년 6.7%, 2015년에는 8.0%까지 늘었다.
 
고령자와 외국인은 산업안전 영역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꼽힌다. 지난해 건설업의 50대 이상 재해자는 4만9536명으로 건설업 전체 재해자(9만129명)의 55.0%에 달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1년 새 재해자가 2019명(10.1%) 급증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에는 재해율이 내국인의 2배에 육박하고 있다.
 
고령자는 신체능력 저하, 외국인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재해율을 높이는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사고재해 중 절반 이상은 떨어짐(1만4679명), 넘어짐(1만5948명), 끼임(1만3260) 등 실수나 부주의, 관리감독 소홀에 의한 후진국형 재해였다. 사망사고도 떨어짐(366명)과 끼임(102명)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됐다. 결국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령자와 외국인 비중이 늘면 건설업의 재해율은 앞으로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용부는 건설물량 급증으로 건설재해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을 고려해 건설업 감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재해자 특성별 재해예방 대책은 부재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낮은 근로조건, 높은 업무강도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떠나면서 건설현장의 인력풀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고령자,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면 사업장 안전관리라도 강화해야 하는데, 정부는 원인을 건설수주 증가 같은 엉뚱한 데서만 찾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신축건물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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