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시민분들이 바라던 탄핵이 이뤄진 것도 기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사고 한번 없이 끝난 게 제일 좋죠"
마지막 촛불집회를 끝마친 하루 뒤인 12일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서울시 안전관리 담당 공무원이 쑥스럽다는 듯 짧게 답했다. 전날 열린 20차 촛불집회를 끝으로 주말집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평화집회'라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집회문화를 이끈 원동력 뒤에서 남몰래 촛불집회를 지원 사격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있었다.
이날 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2일 3차 촛불집회부터 지난 11일 20차 촛불집회까지 투입된 시 공무원은 총 1만5000여명, 이들은 촛불집회가 열리는 매주 주말이면 현장에 나와 묵묵히 자신의 맡은 역할을 소화했다.
안전요원은 지하철 역사와 출입구 계단, 환기구 주변에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고, 소방관들 역시 구급차를 대기시키고,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시민안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시민들도 촛불집회 초반부터 경찰과 대치상황이 발생하면 연신 ‘비폭력 평화집회’를 외치며 수준 높은 집회문화를 보여줬다.
그 결과 촛불집회 기간 사망자와 중상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선고일인 지난 10일 당시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만 3명의 사망자와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집회 이후에는 환경미화원과 구청 직원 100여 명이 곧바로 현장을 청소해 평소와 같은 거리환경을 유지했다. 시민들도 배부받은 쓰레기봉투에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무엇보다 집회 기간 시가 펼친 지원책 중 이동식 화장실 설치와 인근 건물 관계자를 설득해 추가로 화장실 200곳을 개방한 건 많은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직장인 송서희(30·여)씨는 이날 "여자들 같은 경우는 평소 콘서트장이나 영화관만 가도 화장실 쓰는 게 힘들 정도인데, 이번에 서울시에서 화장실 확보해주는 거 보고 많이 놀랐다"며 "일반적인 행정적 지원정책치고는 확실히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민석(22)씨 역시 “서울시 공무원분들이 워낙에 고생하셨다고 얘기를 많이 들어서 고맙게 느끼고 있다”면서 “서울시에서 화장실 확보를 충분히 해주신 게 집회 참가자 입장에서는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시는 집회 기간 중 미아·분실물 신고를 위한 안내소 운영과 시민 교통편의를 고려한 지하철 임시열차 투입, 지하철·버스 막차 시간 연장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쳤다.
지난 10일 서울시 긴급현안회의에서 박 시장은 “지난 19차례 촛불집회에서 단 한 번 사고도 없던 것은 우리 국민의 성숙한 역량과 우렁각시 같은 서울시 직원들의 노고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인용 결정을 축하하는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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