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탄핵을 이끈 촛불 민심은 이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주체는 헌법재판소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떤 폭력 행위도 없이 조용히 촛불을 치켜든 국민의 힘이 있어 가능했다. 헌재는 국민 80% 이상이 탄핵을 원하는 민심을 거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강조하면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인했다. 직접적으로는 ‘국민의 봉사자’라는 의무를 저버린 권력은 축출된다는 메시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곧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도 정당성을 부여했다. 헌재가 국민을 등한시한 국정농단 사건의 부당함을 인정하면서, 검찰 역시 어떠한 정치권력도 눈치 볼 필요가 없는 링 위에 오른 것이다. 국민이 올려줬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적 응징이 국민적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그토록 자랑해 온 잘 드는 ‘칼’을 유감없이 마음껏 쓸 수 있다.
문제는 검찰의 의지다. 현재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그리 곱지 않다. 한마디로 못 믿겠다는 인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눈치보기식' 수사를 잊지 않은 탓이다. 이에 반해 특검은 국민 성원에 부응하는 수사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내놓은 수사 결과의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하겠다'는 의지가 달라서다. 국민이 특검 연장을 그렇게 바란 것도 '검찰로 돌아가면 또 수사가 안 될 것'이란 불신과 맞닿아 있다.
어찌 됐든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 청와대 압수수색,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사, SK, 롯데 등 대기업 수사 등 주요 굵직한 현안은 다시 검찰로 넘어왔다. 귀에 못이 박일 정도겠지만 검찰로서는 이번이 불신을 씻어버릴 마지막 기회다. 그간 국민이 우려한 봐주기, 감추기식 수사가 아니라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는 수사를 펼쳐야 명예회복을 할 수 있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고 했다. 검찰이 이번에도 뭉그적거린다면 촛불 민심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외부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집도하는 수술대에 오를 수 있다. 검사장 직선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제도 도입 목소리가 대선과 함께 힘을 얻는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이 모처럼 숟가락에 밥과 반찬까지 올려 준 밥상을 검찰은 걷어차서는 안 될 것이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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