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과 전국경제인연합회 공백으로 재계의 국회 대응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삼성은 특검에 집중하느라 아무런 대응을 못하는 형편이다. 재벌집단의 이해를 선두에서 주장해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존폐 위기로 내몰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의 반재벌 정서만 커지면서 재벌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칼날은 더욱 서슬 퍼래졌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오는 2월23일과 3월2일 본회의가 두 차례 예정돼 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야는 경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선 이전 사실상 마지막 입법 처리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여소야대에 촛불민심과 조기대선까지 더해지면서, 야당의 국회 주도권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여야는 특히 쟁점이 되는 상법 개정안 중 일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는 삼성 승계를 겨냥해 ‘이재용법’이란 별칭이 붙은 자사주 신주 배정 금지 법안도 있다. 다수 중견그룹들이 법안 통과 이전 인적분할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삼성은 특검에 손발이 묶여 있다.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공식화하고도 일보의 진전도 없다. 향후 미래전략실까지 해체돼 각 계열사로 기능이 흩어지면 그룹 차원의 대응력도 떨어진다. 삼성 관계자는 16일 “특검에 모든 신경이 쏠려있어 다른 대응은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며 “대관팀의 경우에도 국회나 부처 관계자들이 혹여 불똥이 튈까 만나주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부담을 아는 우리도 포기하고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재벌 입장을 대변해온 전경련은 주요 회원사들의 탈퇴 행렬이 이어지며 초토화될 지경이다. LG, 삼성에 이어 SK도 이날 전경련에 탈퇴원을 접수하며 탈퇴를 공식화했다. 현대차도 이미 회비를 끊고 있어, 사실상 4대그룹이 모두 이탈한 상태다. 전경련은 오는 17일과 24일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허창수 회장을 이을 차기 회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순실 사태를 통해 정경유착 창구로 드러난 만큼 여론은 최대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회장직을 맡으면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해결해야 할 과제만 산적해 있는데, 여론 부담도 커서 나서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몇몇 단체들이 반대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기업 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성명서’를 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반대의견을 모았다. 발이 묶인 전경련을 대신해 산하 기관이 나섰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 8일과 9일 여야를 찾아 상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법적 기구로 재벌만의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회 반응도 싸늘하다. 강석구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국회를 방문해 경제계 의견을 전달했으나, 여야는 전자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 합의처리하기로 입장을 굳혔다”며 “각 당의 정책위의장실을 찾아 경제계 의견을 전달한 데 이어 다시 법사위 의원들을 만나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A그룹 관계자는 "삼성과 전경련이 나서서 해줬는데 지금은 힘의 공백만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을 제외하고 모든 당이 상법 개정안에 우호적이라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삼성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형편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쟁점현안 때마다 삼성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 등에 대한 물밑 작업으로 전선을 약화시키고, 전경련이 대외적으로 공식 목소리를 내면서 재벌의 이해를 관철시켜왔다. 주포 양축을 잃은 데다, 경험이나 힘 등에서는 삼성에 크게 밀리는 까닭에 "두고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전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으면 17일 새벽에 결론 난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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