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64·사법연수원 13기)이 헌법재판관 6년 임기를 마치고 31일 물러났다. 박 소장은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박 소장은 이날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법재판소는 지금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위중한 사안을 맞아, 공정하고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제 남은 분들에게 어려운 책무를 부득이 넘기고 떠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정치와 경제질서의 격변 속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추어, 조속히 이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동료 재판관들을 비롯한 여러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해 사건의 실체와 헌법·법률 위배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사회적 갈등 해결의 도구로서 헌법개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조정하고 헌법질서에 따라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정치적 대의기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기관들이 결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되며, 대화와 타협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 질서에 극단적 대립을 초래하는 제도·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지혜를 모아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며 “헌법 개정은 결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 국민행복과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5기 재판부 수장으서 박 소장은 “기본권의 본질적 의미를 철저히 확인하고 그 보장의 폭을 꾸준히 넓혀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와 정신을 다시 확인하고, 낡은 법과 제도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율과 인권을 크게 높이는 방향으로 바로 잡았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경제불평등, 양극화 등으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 해소와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길을 모색했다”고 돌아봤다. 또 그는 “국제적으로는 2014년 9월 ‘헌법재판과 사회통합’을 주제로 전 세계 109개 헌법재판기관 대표 등 305명이 참가한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한국 헌법재판소의 국제적 역할 제고에 큰 지평을 열었다”며 “그 자리에서 아시아 인권협약의 체결과 아시아 인권재판소 설립 등 인권보장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공론화했고 참가국 만장일치로 이를 지지하는 서울 선언문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2011년 2월1일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뒤 2013년 4월12일 검사 출신으로는 처음 헌재소장에 올라 재임 기간에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간통죄 위헌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심리했다. 또 청탁금지법인 ‘김영란법’ 합헌도 박 소장이 지휘하는 5기 재판부가 이끌어냈다. 대외적으로는 헌재가 2015년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 상설사무국 설치를 제안해 2016년 8월 상설 연구사무국을 한국으로 유치한 게 성과로 꼽힌다. 상설 연구사무국은 한국이 운영하는 사법 분야 최초의 국제기구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뒤 차량에 타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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