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미국에서 바이오신약을 투약받는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로 대체처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를 처방 지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안정성과 효능에 대한 우려로 대체처방을 인정하지 않았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바이오시밀러 대체처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최근 발표했다. 60일 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오는 3월에 최종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바이오시밀러의 대체처방에 대해 보수적인 인식이 강했다. 오리지널약을 처방받는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로 교체했을 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다. 면역 이상반응 등 부작용 우려도 있다.
화학의약품의 경우 의료진은 환자의 병세와 경제성을 고려해 오리지널약 대신 값싼 복제약으로 대체처방할 수 있다. 오리지널약과 완전히 동일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 유래의 원료를 사용해 오리지널약과 바이오시밀러가 동등성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오리지널약의 제조사와 원재료, 장비, 공정라인 등이 달라서다.
오리지널 제약사가 미국 제약업계에서 행사하는 입김이 강한 것도 요인이다. 바이오시밀러의 대체처방이 가능해지면 오리지널약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된다.
미국은 2012년 공중보건법 개정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정의와 허가 규정을 법제화했다. 현재 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은 셀트리온의 '램시마'를 포함해 4개다. 이중 대체처방을 인정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전무하다.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바이오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선두주자이다. 셀트리온은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셀트리온을 쫓아가는 양상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를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발매했다. 맙테라 시밀러(트룩시마)와 허셉틴 시밀러(허쥬마)는 올해 미국 허가신청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레미케이드 시밀러(SB2)와 란투스 시밀러(SB9)로 미국에 허가를 신청했다. 휴미라 시밀러(SB5)와 허셉틴 시밀러(SB3)도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상당히 보수적인이라는 게 변수다. 임상 시험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오리지널→바이오시밀러→오리지널→바이오시밀러로 약을 투약하는 방식이다. 어떤 환자에 투여해도 오리지널약과 동일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바이오시밀러가 대체처방을 인정받기 위해선 별도의 임상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며 "대체처방 가이드라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분석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임상 자료를 가지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체처방에 대한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5년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차지한다. 미국이 전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오리지널약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초기 단계다.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가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램시마' 미국 허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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