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애플 아이폰을 조립하는 세계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애플과 손잡고 미국에 70억달러 규모의 디스플레이 제조공장 설립을 검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 설립과 고용 창출을 압박한 데 따른 선제적 대응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콘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은 대만에서 열린 폭스콘 연례 송년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투자 계획을 시사했다. 궈타이밍 회장은 "미국에서 대형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고 있다"며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운송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공장이 설립되면 미국 내에 3만∼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새 제조공장은 애플과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설립될 것"이라며 "애플 역시 패널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꺼이 투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공장 설립시 현재 협력업체들이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가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폭스콘은 펜실베이니아에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있다. 다만 궈타이밍 회장은 "아직은 계획 단계이고 약속까지는 아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애플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폭스콘의 이 같은 검토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통상 부문에서 보호부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궈타이밍 회장도 "보호무역주의 부상은 피할 수 없다"며 "올해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지만 정치가 경제 발전의 근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해 이번 투자에 트럼프 취임이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부터 미국 내 제조업 유치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체제 구축과 투자 확대를 강요해 왔다. 심지어 자국 기업인 애플에게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아이폰 생산공장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겠다"고 압박했다.
국내 기업들도 달라진 환경에 미국 내 현지 생산체제 설립을 고려 중이다.
LG전자(066570)는 미국 테네시주에 생활가전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005930)도 북미 가전 생산을 책임질 여러 공장 후보지 가운데 미국을 최우선 지역으로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대
·기아차는 향후 5년간 신규 공장 설립 등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혀 무역전쟁이 임박했음을 실감케 했다.
폭스콘이 애플과 함께 미국에 70억달러 규모의 디스플레이 제조공장 설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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