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경제수장으로 남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취임식 때 '백병전 불사' 등 전투용어를 쏟아내며 각오를 다지고 각종 경기보강 대책을 내놨던 유일호 경제팀의 현재 한국경제 성적표는 어떨까.
답은 유일호 부총리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과로 얘기해야 하는데 성과 1번인 경제지표들이 뚜렷하게 좋은 것이 없어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1년동안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았다지만 현재 경제를 평가하기에는 '낙제점'이라는 얘기다.
먼저 실물 경기지표들이 바닥을 치고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취임이후 "3%대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줄곧 말해왔지만 결과적으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무를 처지가 됐다.
2015년 2.6%에 그쳤던 우리 경제 성장률은 유 부총리 재임 기간인 작년 2.6%에 이어 올해에도 2.6% 성장(정부 추산)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부총리 역시 이같은 한계에 대해 솔직하게 시인하며 "작년이 목표 성장률을 하회하는 2.6%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이 아쉽다"며 "3.3% 정도 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작년 1년 우리 경제가 매우 중요한 시기였는데 그동안 경제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내년엔 올해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경제는 내년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경제는 추락이 예상된다는 점은 경제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소비심리도 움추러들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75.8) 이후 최저치다. 향후 소비 경기의 방향성을 판단해주는 지표인 소비재수입액 증가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수입액 증가율은 지난 8월 전년 대비 8.3%에서 9월 4.4%, 10월 1.2%까지 내려앉았다.
고용지표도 최악이다. 작년 우리나라 실업자수는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청년층 실업률 역시 9.8%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일호 부총리는 구조개혁, 기업구조조정 등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획 추진력도 부족했다. 취임 당시 '구조개혁 종결자'가 되겠다고 자임했지만 구조개혁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의 국회 통과를 끝내 이끌어내지 못했다.
카리스마와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지적도 컸다. 구조조정 등 현안 해결 과정에서 경제 컨트롤타워 모습이 보이지 않고, 저돌적인 추진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다만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펼쳤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유 부총리는 취임 한 달도 채 안돼 경기 부양책을 가동했다. 또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등을 시행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속에 취임했지만 경기부양책, 확장정책 등을 통해 경제가 급락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좀 더 장기적인 구조적 경제 모멘텀을 찾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6개월 남은 임기기간 동안 유 부총리가 기존에 못다한 과제들을 마무리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교수는 "가장 당면한 큰 문제가 기업부실 구조조정 문제인데 차기 정권으로 미뤄 놓으면 부실이 더 곪을 수 있어 대선 전에 마무리 짓는게 중요하다"며 "청년 실업률이 9.8%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일자리 마련을 위해 규제혁파, 구조개혁, 노동개혁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일호 부총리가 13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날 유 부총리는 뉴욕서 한국경제설명회(IR)를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어 비행기 안에서 취임 1주년을 보내게 된다. 사진/기획재정부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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