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왼쪽)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9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이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특검은 삼성 수뇌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도 눈앞에 왔다. 삼성으로선 경영진 공백을 각오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19시간의 밤샘 조사를 마치고 10일 새벽 특검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특검은 당초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일단 귀가 조치했다. 이 부회장의 소환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 사이에 말 맞추기나 증거 인멸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삼성으로선 당장의 고비는 넘겼지만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아직 태풍은 오지 않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시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그해 7월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이후 진행된 최순실씨 모녀 지원 간에 연결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 이전 대한승마협회에서 220억원대 지원 계획을 세우고, 삼성이 독일에 말 구입 비용을 송금하는 등 추가 정황이 드러나면서 궁지로 몰렸다. 특검은 또 이날 삼성의 최씨 지원 내역이 담긴 태블릿PC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설립과 삼성의 지원금 수수 등에 관한 다수의 이메일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은 2008년 삼성 특검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당시 삼성은 특검 수사결과에 책임을 지고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부회장,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전략기획실도 그해 6월30일 해체됐다. 이후 삼성은 사장단협의회와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됐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그룹 컨트롤타워가 미래전략실로 부활할 때까지 2년여의 자성이 필요했다.
일단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조사 청문회장에서 약속한 만큼 미래전략실 해체는 시간 문제다. 단, 특검 수사가 일단락될 때까지는 존립의 필요성이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장충기 등 수뇌부 전원이 구속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이전 위기와 비할 바가 아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이 합병과 승마지원 사이의 대가성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 같다”며 “적극 소명하고 있지만, 기소까지는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축인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후 지주사 체제 전환 검토에 들어간 만큼 이사회 중심의 대안도 떠오르지만 삼성 측은 "대안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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