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김형석기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인사태풍’이 새해에도 거세게 불어 닥칠 전망이다.
대내외 굵직한 이슈로 인해 세대교체와 같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수 있다는 분위기지만, 정부 지분이 있거나 전통적으로 외부 관료 출신이 수장으로 내려온 금융사들은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역학구도 변화에 따라 CEO 인선이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대형은행의 수장들 임기가 줄줄이 끝난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3월)을 비롯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3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4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11월) 등 금융지주사와 조용병 신한은행장(3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3월), 이광구 우리은행장(3월) 등이다.
대선 이슈와 관련해 CEO 인선에 영향을 받을 곳으로 보이는 곳은 수출입은행과 농협금융지주,
우리은행(000030)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후임 인선은 이르면 내달부터 가시화될 전망이지만,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후임 인사 선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최근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정부지분 20%가 남아 있는 만큼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경영권을 확보한 과점주주들의 경영권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농협금융지주는 오는 4월 김용환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데, 농협금융 회장에는 지난 2011년 출범 이후 관료 출신의 외부 인사가 줄곧 맡아왔다. 이번에도 그 기조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신한지주(055550)나
하나금융지주(086790)는 회사 특성상 정치권 외풍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우 회장의 후임으로는 김형진 신한지주 부사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경우에는 한시적 연임이 예상되고 있다.
보험업권에서는 임기 만료를 앞둔 삼성 CEO들의 행보가 관심사다. 김창수
삼성생명(032830) 사장과 안민수
삼성화재(000810) 사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생손보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김창수 사장과 안민수 사장의 향후 거취에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창수 사장은 부진한 실적 등이 연임의 걸림돌로 분석된다. 안민수 사장의 경우 삼성생명 전략기획실부장, 투자사업부장(상무), 자산운용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생명 CEO를 다시 맡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둘의 교체 혹은 연임 여부가 실적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는 것. 삼성그룹 인사가 올해로 미뤄진 가운데 3~4월 삼성인사가 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과 달리 대선 후로 미뤄진다면 CEO 인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오는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지난 2014년 취임 후 경영평가에 문제가 없는데다 현재 매각과 IPO 작업이 진행 중이라 새주인을 찾고 조직이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때까지 현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카드업계 역시 CEO 인선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법정 대출 상한금리 인하 등 연이은 악재 속에서 실적상승을 이끌어낸 수장들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지만,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사령탑 교체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카드사는 우리카드, BC카드,
삼성카드(029780), 신한카드, 하나카드다.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의 임기가 지난 12월 만료됐지만, 우리은행의 민영화 문제로 오는 3월까지로 연장됐다.
서준희 BC카드 사장의 임기는 작년 12월 종료됐으며, 오는 3월 이사회를 통해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원기찬 삼성카드의 사장도 임기가 끝났지만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에 따라 그룹사 임원인사가 연기 되면서 거취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도 조기 교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도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해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중은행장들이 회의시작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광구 우리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사진/뉴시스
이종호·김형석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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