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2016년 올 한해도 건설업계의 꽃은 주택사업이었다. 지난해 51만가구, 올해 49만가구 등 2년 사이 100만가구의 아파트가 새롭게 공급되면서 건설사들의 살림살이도 대폭 개선됐다.
저유가와 저가수주로 인한 해외손실을 만회한 것은 물론 한국경제를 견인하며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위상도 되찾았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잇따른 대출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연말로 갈수록 가라앉고 있다.
그동안 건설산업을 지탱했던 주택사업이 부진할 경우 주택 의존도가 높은 한국 건설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택사업이 건설업 성장을 이끌었다. 작년 말 공급과잉에 따른 침체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주택이 시장에 공급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공급된 물량은 49만5197가구로 지난해 51만4982가구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지만, 2000년 조사 이래 두 번째로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2년 새 100만가구라는 대규모 공급에도 불구하고 청약 경쟁률은 최대 500대 1을 상회할 정도로 치솟았다. 높은 경쟁률에 힘입어 평균 분양가격도 상승했다. 올해 전국 기준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1055만원으로 지난해 986만원과 비교해 69만원 올랐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 금리인하로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된 데다 '청약 당첨은 곧 프리미엄'이라는 공식이 확산되면서 '묻지마 청약'이 급증한 결과다.
다른 사업 분야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주택사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건설사들의 재무상황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건설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000720)은 올해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 현대건설은
3분기까지
75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4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2493억원 이상을 거둘 경우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 그동안 리스크로 작용했던 해외손실 사업장이 대부분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무난하게
1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물산(000830)은
2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이후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한
GS(078930)건설은 올해도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대림산업(000210)은 재개발
·재건축 등
3조원이 넘는 정비사업을 수주하며 라이벌인
GS건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
이에 힘입어 지난해 조선과 해운, 철강, 석유화학산업과 함께 5대 취약업종에 꼽혔던 건설업은 유일하게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특히 올 상반기 국내 경제성장에서 건설투자가 기여하는 비율이 47.2%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부동산 과열현상을 잡기 위한 부동산 대책에 이어 잇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사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지난달 청약 강화 대책 이후 청약률 하락은 물론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강남3구를 중심으로 거래량과 매매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은 내년 분양 물량을 올해 대비 10~30%가량 줄일 계획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내년 분양시장 침체 전망에 따른 건설사들의 불안감도 더 커지고 있다"며 "해외수주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신규 분양 감소에 따른 성장세 둔화를 메울 만한 신사업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일부 건설사들이 유통사업, 화장품 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고 있지만 본 업인 건설업과 관련이 적고 이미 기존 시장도 포화상태에 가깝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설계와 시공에서 탈피해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강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토·인프라정책연구부장은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제조만 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 할부 서비스를 통해 금융업에도 참여하는 체인 구조로 되면서 고부가가치 사업이 돼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건설회사 같은 경우에도 민간투자사업은 그런 구조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금융, 관리와 운영이 될 수 있는 서비스산업으로 발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주택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됐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 시 이를 대체할 만한 신산업이 없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신축건물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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