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이런 '정치 흑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2016-12-22 18:12:13 2016-12-22 18:12:13
최용민 정경부 기자
달력을 보니 이번 주 일요일이 성탄절이다. 하루는 고사하고 시간별로 상황이 변하는 국회를 출입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산다는 말이 새삼스레 피부 깊숙이 느껴진다. 거리에는 성탄 축하 음악 대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지 오래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안 인용 여부에 따라 정치의 계절은 겨울을 넘어 봄까지 이어질 모양이다.
 
성탄절 음악을 들어야 할 시간에 ‘대통령 하야’ 구호를 듣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국민들에게 정치권은 이혼 소송을 위해 집안 싸움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새누리당은 보수 정당 사상 최초 분당이라는 흑역사를 그려나가고 있다. 한 의원은 ‘바람난 배우자’ 운운하며 탈당 의원들을 조롱했다. 배우자가 바람 피우기 전 자신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들은 술자리에서 우스개 소리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외쳤다. 2016년 겨울 우리는 “이게 다 박근혜 때문이다”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박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직무가 정지되는 탄핵을 당했어도, 수많은 의혹들이 줄낚시에 묶여 올라오고 있어도 전혀 미동도 없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것으로 믿는 모양새다. 그렇지 않다면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어이없는 답변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변호인단은 ‘국정농단이 1% 미만이라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참으로 창조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그러면 몇 %가 되어야 탄핵 사유가 된다는 말인가. 10%, 20%, 아니면 50% 정도는 되어야 탄핵 사유가 된다는 말인가. 그 기준을 누가 정한다는 것인가. 국정농단을 수치로 계량화해 발표한 것도 우습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는 변호인단 스스로 국정농단이 있었다는 것을 자백하는 꼴이 된다. 이래저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한숨만 더 늘어날 뿐이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만 하면 다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 탄핵이 기각만 되면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것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지도 모르겠다. 이 때문에 국민은 지금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를 더 걱정해야 될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된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모든 위법 사항은 특별검사에 의해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위법 여부가 아니다. 스스로 죄가 없다고 다짐해봐야 소용이 없다. 중요한 것은 죄의 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이제 당신을 우리의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 이 모든 상황의 근원이 자신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딱 한 가지 고마운 점이 있다.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이제 대부분의 국민이 알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정치를 외면했고, 정치를 멀리했다. 이제 우리는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이 박 대통령을 넘어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흑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가능성도 우리 손에 달렸다.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에는 성탄절 축하 음악을 마음편히 듣고 싶다.
 
최용민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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