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 "광장의 목소리 새 정부가 담아내지 못하면 또 다시 불안정"
박근혜 정부 실패 요인, 오만·독선…"경제 혼란 줄이기 위해 대선 빨리 치러야"
2016-12-19 13:57:32 2016-12-19 13:57:32
최근 국내 정치정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만큼 혼란스런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제는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자칫 한국 경제호의 침몰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대로 좌초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낼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러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행정책임자들과 국민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앞으로의 정치상황은 어떻게 전개될지, 또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어떤 방도와 순서로 대처해야 나가야 할지에 대해 정치·경제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좌담을 마련했다. 좌담에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 사회),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등이 참여했다.(편집자)
 
경제적 충격 우려…소비자 심리지수 급락
 
△김광두: 정치가 무척 혼란스러운데 그렇지 않아도 좋지 못한 경제문제가 더 어려워질까 걱정이다.
 
-김동원: 최근의 국정위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지난 9월을 전환점으로 해서 우리 경제가 급속하게 가라앉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달을 보면 기존에 나빴던 제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동안 경기를 끌어왔던 건설업 서비스업조차 급격하게 위축되는 양상이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 8월 하순부터 시작해서 계속 가계부채에 대해 억제하는 그런 조취를 취해왔고, 지난 11월 3일에 부동산 투기 억제조치를 했다. 여기에다가 2018년까지 1백만 채의 신규주택 공급이 예정돼있다. 주택초과공급 문제가 남아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혼란으로 인해 경제적 충격을 정말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된다.
특히 지난 11월 24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소비자 심리지수는 보통 평균적으로는 90대에서 움직이는데 11월 달에는 64로 떨어졌다. 12월 달에는 그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광두: 결국은 경제가 정국의 혼란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위축되고 그렇지 않아도 안 좋은 것이 아주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건데 정국혼란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되고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안정될 것인지.
 
-김형준: 일단 헌재가 대한민국의 정치 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늦춰질 수도 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 법에 의해서 심리기간을 180일 이내에 심리를 하게끔 되어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한다면 2017년 6월6일까지로 되어있다. 그런데 이렇게 되었을 경우는 정국이 너무 혼란스러우니까 일정을 좀 줄여야 되지 않느냐는 요구를 많이 하고 있다.
 
-김동원: 정국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빨리 헌재 결정이 나오고 대선을 빨리 치러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대선후보들이 준비할 기간, 뒤집어 이야기하면 국민들이 대통령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대통령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다음 대통령조차도 제대로 뽑지 않는다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더 불안정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야당은 국가비전 제시 없어 수권능력 의문
 
△김광두: 만약 지금의 야당이 집권을 한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잘 풀어갈 대안이 있다고 보는지.
 
-김동원: 다음에 들어올 정부는 어떤 정부이든 간에 지난 두 번에 걸친 보수정권이 해결하지 못한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는 경제의 어떤 발전의 어떤 틀을 만드는 그 과제를 다 안고 그 모든 밀린 숙제를 다 가져가야 한다.
 
-김형준: 야권에서는 “박근혜 정권 보다야 못하겠느냐”고 얘기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학습효과라는 것도 있다. 이 정부가 왜 실패한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가 정치를 무시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면서 해결하려는 오만과 독선이었다. 이는 국가운영에 대한 리더십문제다. 제도를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다음 정권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제시하고 대안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실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광두: 그러니까 경제가 계속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야권한테 있느냐 하는 것인데 결국은 협치를 잘해서 노력하는 자세, 그걸 가질 수 있다고 한다면 조금 나을 것이다. 그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형준: 탄핵 정국의 과정에서 야당이 보여준 자세나 태도는 굉장히 염려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처음에 최순실 사태가 터질 때 야당의 유력 대권후보들이 이야기했을 때는 하야나 퇴진은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제 즉시 퇴진으로 바꿨고, 거국중립내각을 요청했다.
그런데 거국중립내각을 여당이 제안하자마자 아니라고 이야기했고,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를 받으라고 했다. 그러다 대통령이 정세균 의장 만나서 국회에서 추천해 달라고 하니까 그것도 거절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지금 야권에서 이야기하는 말을 과연 믿을 수가 없다. 사실 표출된 민심은 ‘박근혜 아웃’이지만 숨겨진 진짜 민심은 ‘정치 아웃’이라고 본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굉장히 팽배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이른바 유력한 대권후보라는 분들이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김광두: 여당 사정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분화가 될 것인지, 분당이 될 것인지, 아니면 자체 내에서 어떻게 개혁으로 바뀔 것인지.
 
-김형준: 이번 탄핵의 표결과정을 보면 결국은 강성 친박 인사들은 새누리당에 남지 못할 것 같다. 환골탈태를 하고 당명도 바꾸고 새로운 참신한 인물도 집어넣고 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결국은 비박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의 재편과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김광두: 친박그룹도 정치적인 하나의 그룹으로 남기위해서는 저항을 안 할 수도 없을 것 아닌가.
 
-김형준: 당연히 친박과 비박이 경쟁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보수라든지, 전통적으로 보수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비박 중심의 새로운 것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른 세력과 연대를 통해서 몸집을 키울 수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가 그런 사례다. 반 총장은 귀국해서 처음부터 바로 어떠한 특정한 세력과 연대하지는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아마 3단계 과정이 예상된다. 처음 1단계는 독자적 행보로 하다가, 2단계는 새누리당 비박 및 이탈자 세력과 결합하는 것이고, 마지막 3단계는 그래도 부족하다고 한다면 친문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과 연대를 하게 되는 3단계로 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김동원: 친박을 다 내보냈다고 해서 비박이 우리가 전통보수의 그런 정치적 대변자라고 할 만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나. 그렇지 못하다고 본다. 따라서 비박 중심이 되더라도 새로운 정체성을 내세워 보수적인 의식을 가진 국민들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김형준: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니까 ‘선 세력화, 후 가치화’로 가야된다. 어느 정도 세력을 규합하고 보수의 가치를 채워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순서다. 그런 가치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정치풍토는 이런 가치라든지 이념보다는 인물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아주 나쁜 관행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해서 뭉치자는 것이지 어떤 가치 추구는 없다.
 
△김광두: 앞으로 대선 구도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김형준: 선거는 어떤 구도가 만들어지느냐가 중요하다. 초창기에는 친박, 친문, 여타 세력 등 3자 구도로 갈 것이다. 그러나 친박이 몰락하면서 제3지대가 만들어 질 것이다. 결국 문재인과 반문 전체를 아우르는 제3지대의 양자대결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다음 대통령 선거도 48대 52로 끝날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월의 총선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이 33.5%를 얻었고, 더불어민주당이 25.5%, 국민의당이 26.7%를 얻었고, 정의당이 7%정도를 득표했다. 정의당하고 민주당은 어떤 형태이든 간에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나머지 두 세력들은 힘이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연대를 하는데 그 연대의 매개가 국정운영을 분권화 시키겠다는 것을 통해서 연대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개헌을 안 하더라도 개헌과 똑같은 형태, 더 많은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하면 런닝메이트 식으로 선거를 치룰 가능성이 있다.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장치의 작동이 바람직
 
△김광두: 민주당 후보도 아직 모르는 것 아닌가. 이재명 성남시장이 탄핵시위를 계기로 상당히 올라왔다.
 
-김형준: 아마도 연대가 이뤄질 것이다. 실질적으로 권력을 분담하는 역할분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동원: 그런 시나리오부터가 가장 걱정되는 미래다. 누가 후보가 되고 누구와 역할 분담을 하고 등등의 이른바 정치 패거리들에게 나라를 맡긴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패거리 정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긴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지금 저성장 고령화에 더해 이런 국정혼란이 가져오는 그 결과가 가계부채라든가 등등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약점들과 뒤엉켜 스파크를 일으키면 엄청난 위기를 가져올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이런 시대에 우리의 민생을 할런지에 대한 아무런 비전을 검증하지 못한 채 우리는 누가 좋고 누가 싫고를 가지고 지도자를 선택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김형준 : 그렇지만 기존에 있는 정치질서 속에서 누군가는 권력을 잡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는 것은 그런 세력이 권력을 잡았을 때 어떻게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느냐 이런 부분들이 같이 논의가 되어야 한다.
 
△김광두: 촛불민심이 박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고 보는데 그 다음에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그 분들이 무엇을 한 목소리로 낼 것 같나.
 
-김형준: 유력한 대권후보들이 이야기했었던 발언이나 또는 정책이 일관성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게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이런 것에 대한 것들을 유권자들은 솔직히 잘 모른다. 그런 면에서 국가미래연구원과 같은 싱크탱크의 역할이 중요하다.
후보 검증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이냐에 대한 명쾌한 비전과 청사진을 요구를 하고 그것을 받아서 분석하고 평가해줄 수 있는 그러한 장치가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김동원: 파당적인 이해를 넘어서 정말로 국민이 원하는 그런 새로운 시대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대통령 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다음 시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선을 그렇게 숨차게 서둘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안정은 여·야·정 협치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
 
△김광두: 대선을 거치고, 그리고 누군가가 집권을 하는 것이 내년 하반기에는 이뤄진다. 그런데 누가 돼도 몇 개월, 또는 1년 안에 경제를 곧바로 좋아지게 하는 그런 묘수는 없다. 그러면 또 촛불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김형준: 헌팅턴 교수가 1962년도에 썼던 저서에서 정치적인 불안정이 왜 생기느냐에 대해 ‘참여 폭발의 위기’를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참여가 굉장히 늘어나는 데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이 없으면 결국은 불안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걸 현재 상황에 적용하면 거의 유사하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함성과 열정, 그리고 요구를 만약에 새 정부가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또 다시 불안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결국은 대의기관인 국회가 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 국회가 지금은 내각제적으로 운용을 해왔다. 그러다보니까 정부 여당은 무조건 정부를 옹호해야하고, 야당은 무조건 정부를 반대하는 그러한 패러다임이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여야가 어떻게 하면 함께 행정부를 견제하고 발전 동력을 살려갈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끌고 갈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은 대의 민주주의가 정상화되는 것이다.
의원들 한 분 한 분들이 자기 소신과 양심에 따라서 의정활동을 하고 그거를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만약에 개헌을 한다고 한다면 단순하게 “분권형이냐, 4년 중임제냐 ”는 것이 아니라 입법권을 포함해서 감사원, 더 나아가서 예산 편성권 이런 것들을 과감하게 국회에 넘겨주고, 그렇게 함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이런 부분들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크게 네 부류다. 국회,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권력기관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현시국과 같은 사태가 온 것은 이 네 가지가 다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의회라든지 언론이라든지 시민단체라든지 권력기관들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시민단체는 권력화 되어 있다. 이런 부분들을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일 먼저 도전을 받았던 것이 뭐였나? 화물연대 파업이었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타협했다. 그러니까 참여를 해서 요구를 하면 들어주는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국정운영하다 보니까 끊임없이 이런 부분들이 나오니까 대립이 격화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진영 논리에 따라서 진보 보수로 대립됐다. 이런 부분들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김동원: 의회정치를 통해서 다양한 이익과 주장들이 국회를 통해서 여과되고, 그래서 그런 하나의 리더십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우리가 다시 또 패거리 정치를 국민이 선택해 그것을 제대로 못해낸다면 우리는 완전히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그리스의 광장 정치 교훈 되새겨 봐야
 
△김광두: 이런 혼란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그리스의 광장 정치를 교훈 삼아야 한다. 그리스는 자꾸 정권이 바뀐 경험을 갖고 있고 그것의 해결책은 포퓰리즘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광장정치가 의회에서 잘 수렴되고, 그것이 정책으로 융화되면서 국가발전을 이뤄내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왼쪽부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가 탄핵 정국에 대해 좌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국가미래연구원 제공
 
국가미래연구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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