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격랑 속 닻 올린 '인터넷전문은행'…"은산분리 완화 절실"
금융위, K뱅크 본인가 의결…은행법 개정 표류로 '은행 2중대' 처지…임시국회 처리도 난망
2016-12-14 18:51:23 2016-12-14 18:51:23
[뉴스토마토 이종용·정문경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권과 금융권이 격랑 속에 빠져든 상황에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1호'에 대한 은행업 인가가 났다. 내년 초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기존 시중은행의 '2중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제한)를 골자로 한 인터넷은행 활성화법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 이후 당정 협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데, 금융위원회는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이번 정권에서는 인터넷은행법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업 인가 받은 K뱅크 "은산분리 규제완화 절실"
 
금융위원회는 14일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인터넷은행 K뱅크의 은행업 본인가를 의결했다. K뱅크는 금융결제원 지급결제망 최종 연계 등 준비기간을 거쳐 빠르면 내년 1월 말~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이란 영업점을 소수로 운영하거나 영업점 없이 은행 업무의 대부분을 ATM, 인터넷 등 전자매체를 통해 진행하는 은행을 말한다. 예금·대출은 물론 외환, 신용카드, 보험판매까지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K뱅크는 앞으로 3개월 내 영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무늬만 인터넷은행'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이나 보험, 증권 등 금융자본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주식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K뱅크는 KT(030200)(8%)를 중심으로 우리은행(000030)(10%), GS리테일(007070)(10%), 한화생명(088350)보험(10%), 다날(064260)(10%) 등 21개사가 주주로 참여했다.
 
KT는 현재 보유한 8%의 K뱅크 지분 중 4%에 해당하는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K뱅크의 최대주주는 현재 지분 10%(의결권 기준)를 보유한 우리은행이 된다.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의 '2중대' 또는 '무늬만 인터넷은행'으로 전락할 수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기존 은행들이 제공하는 것과 차이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날 K뱅크가 밝힌 사업계획에 따르면 영업개시일에 맞춰 기본 예적금과 디지털혜택예금, 중금리 신용대출, 우량 신용대출 등이 출시된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이미 양질의 스마트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 10%대 중금리 대출시장은 이미 은행들이 선점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관련 법안 통과가 어렵다면 비금융회사 주도의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빠른 시일내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추가 자본확충이 안되면 비금융업체들의 이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지속적인 추가 출자를 필요로 하니 중소업체로선 자금 부담감이 클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말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에서는 컨소시엄 구성원인 코나아이가 보유중인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한 바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상품과 서비스가 기존 은행과 다를바 없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심정만 놓고 보면 발을 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국회로 공 넘긴 임종룡 위원장, 정치권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것"
 
금융당국과 인터넷전문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이달 말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통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례회의에서 "정부는 관련 입법이 최대한 빠른 시일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의 논의와 설득에 노력을 다하겠다"며 "인터넷은행을 설계, 규율하는 입법에 국회가 조속히 나서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인터넷은행법'으로는 현재 2개 은행법 개정안(새누리당 강석진, 무소속 김용태 의원)과 3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의 법안이 국회 계류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금융위원회가 국회로 공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인가와 법 제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무리수를 두다가, 탄핵정국으로 인해 법안 논의가 불투명하자 출범부터 서둘렀다는 것이다.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국회 분위기는 인터넷은행법 통과는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법은 단순히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지분율을 얼마만큼 풀어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은행법 개정이나 특례법 제정 등 법안의 형식도 그렇고 즉시 시행이냐 한시 적용이냐를 두고서도 의원들의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금융법안이 인터넷은행 법안과 같은 금융위 소관 법안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안도 쟁점이 얽힌 법안이 많은데 이번 임시국회서 논의될리 만무하다"고 전했다.
 
만에 하나 야당이 발의한 인터넷은행특례법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법안 통과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다른 관계자는 "특례법은 제정입법이라 전체회의를 열어 공청회 일정를 잡아야 한다"며 "내년 1, 2월로 넘어가면 조기대선 국면이라 법 통과는 사실상 다음 정권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용·정문경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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