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공작정치의 배후지로 안가가 제대로 부활했음이 재벌들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공작정치의 근거지로 활용된 궁정동 안가가 딸인 박 대통령의 '삼청동 안가'로 부활해, 재벌 총수들을 상대로 한 강제모금 등 공작정치의 진원지로 다시 확인된 것이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청와대 안가에서 재벌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을 강제하는 등 정권 차원에서 안가를 밀실정치의 주요한 무대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대통령 독대 장소와 횟수를 추궁하자 “청와대 안가에서 두 차례 독대했다. 일대일 면담도 있었고, 배석자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KD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 청탁을 한 장소도 청와대 안가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2014년 11월) 청와대 안가회동 당시 안종범 전 수석이, KD코퍼레이션의 기술이 좋은데 현대차에서 좀 채택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를 했고, 대통령도 그 자리에서 듣고 있었는데 맞냐“는 김 의원에 질문에 "(제 의뢰인은) 그 회사 얘기를 잠깐 한 것 같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손 회장·정 회장을 포함해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 안가로 불러 독대해 ‘비선실세’ 최순실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미르·K재단에 774억원을 재벌들이 출연하도록 모금을 강요한 혐의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돼 있다.
안가는 안전가옥의 줄임말로 청와대·국정원 등이 행정이나 수사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소다. 박 대통령이 재벌과의 거래를 위해 공식적인 장소로 관저나 영빈관이 있음에도 안가를 활용한 것은 스스로 불순한 의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미르·K재단의 범죄 복사판으로 불리는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 기금 강제 모금 또한 삼청동 안가에서 이뤄졌다. 밀실에서 은밀한 공작이 이뤄질 수 배경이었다.
박 전 대통령 또한 궁정동 안가를 밀실정치의 주무대로 삼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나고 싶은 정·재계 등 유력 인사들을 이곳으로 불렀고, 술자리를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1979년 10·26 사태 때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궁정동 안가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을 총탄으로 숨지게 만들었다.
국회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사흘 앞둔 6일 오후 청와대 모습.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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